극우 정부 출범 이스라엘…신냉전 속 '핫버튼'되나

조유진 2022. 12.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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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익 정권이 정식 출범하면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연합한 초강성 보수 우파가 새 정부의 주요 요직을 꿰차고 정착촌 확장과 사법 개혁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팔레스타인과 이란 등 중동 정세에 격변이 예상된다. 적국인 이란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기조가 신냉전 구도 속 '핫 버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극우 득세' 새 정부...동맹국 관계 새 국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극우 세력과 연합한 네타냐후가 총리로 복귀하면서 이스라엘의 자유 민주주의와 안정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속에 미국과 유럽 등 동맹국과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의 연립정부 승인 후 연설에서 여러차례 관용과 평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랍권과의 갈등을 종식시키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좌절시키며, 이스라엘의 군사력 증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팔레스타인, 이란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한 셈이다. NYT는 이에 대해 극우 세력이 장악한 네타냐후 정부가 팔레스타인과의 긴장 고조, 사법 독립 약화와 민주주의 체제 손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매년 미국으로부터 군사원조를 받아온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군사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며 미국과의 관계에 균열이 일었다. 특히 연정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확보한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 대표이자 새 내각의 실세로 평가받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미국의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각각 독립국으로 인정)'에 가장 역행하는 인물로, 그의 행보에 따라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이자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인 다니엘 샤피로는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마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하 이팔) 공존을 중동 핵심 전략을 내세워 온 미국은 벤그비르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익명의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는 벤그비르와 그 밖의 극우 인물과는 협력하지 않겠다며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연정이 주요 정책으로 제시한 정착촌 확장,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차별 허용, 입법권과 사법권의 균형을 허무는 사법 개혁 등은 이스라엘은 물론 중동 정세를 뒤흔드는 불안 요인이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권 출범 관련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중동이 직면한 많은 도전과 기회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간 나의 오랜 친구인 네타냐후 총리와 협력하길 기대한다"면서도 "상호 이익 및 가치에 반하는 정책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팔 평화 정착 등 새 정부와의 긴장 요인을 직겨냥한 것이다. 타임오브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에서 벤그비르와 그의 정치 파트너 베잘렐 스모트리치 등 극우 인사들과 협력할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럽 동맹국들은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버거 독일 외교부 대변인은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이스라엘과의 양자관계는 변함이 없다"고만 답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AP연합뉴스)

◇적국 이란과 갈등의 축…."전장도 불사"= 앞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도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준비 중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퇴임하는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전날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열린 공군 조종사 과정 졸업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최근 몇 년 동안 대비 군 태세를 크게 강화했다"면서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2~3년 안에 여러분은 동쪽 하늘을 가로지르며 이란의 핵 시설 공격에 참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는 레바논과 시리아 영토 깊숙이 잠입하거나 전 세계의 유대인 구출을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네타냐후가 앞서 2012년 총리 집권 시절 보수 우파 성향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이란 대통령과 극렬하게 대립했던 전례가 있던 만큼 현 대통령인 에브라힘 라이시와의 강대강 대치도 우려된다. 반미 성향이 강한 라이시는 ‘이스라엘이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일삼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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