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의료진 7명 무죄 확정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2017년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료진 7명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간호사 등 7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상고심에서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피해자들이 모두 동일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동시에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들에게 투여된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고, 그와 같은 오염이 이 사건에서 주사제의 분주(주사기에 적정용량씩 나눠 담음)·지연 투여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심은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은 2017년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던 신생아 4명이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사망 전날 지질영양 주사제(스모프리피드)를 맞은 4명의 신생아가 다음날 오후 5시44분부터 오후 9시8분 사이에 차례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9시30분경부터 불과 80여분 만에 4명의 신생아가 순차적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간호사들의 과실로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돼 주사를 맞은 신생아들이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간호사들을 기소했다.
또 이들 간호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신생아 중환자실장과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 간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3명의 교수는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은 당시 보험 처리를 위해 1인 1병 투약이 원칙인 스모프리피드 1병을 여러 환자들에게 나눠서 투약한 사실과, 2~8도 냉장 보관이 필요하고 개봉 즉시 사용해야 할 주사제를 상온에서 5시간 이상 방치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숨진 신생아들의 신체와 주사기에서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공통으로 검출됐다.
하지만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진이 감염관리 주의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과실은 있지만 그 같은 과실이 신생아들의 사망의 원인이 됐다는 점, 즉 인과관계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같은 주사제를 맞은 다른 신생아에게선 균이 검출되지 않은 점, 숨진 신생아들이 다른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 등이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투여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스모프리피드 투여 준비 과정에서의 과실로 인해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됐고, 그로 인해 피해자들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공소사실 기재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사망한 신생아 중 한명의 대변배양검사 결과를 제때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면역력이 저하되는 등의 사정으로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같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피해자 4명이 거의 동시에 동일한 원인으로 사망한 사건으로써, 유사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관련자들을 단죄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자칫 법리와 증거가 아닌 감정과 직관에 호소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사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으로 추론에 근거하고 있고, 더욱이 여러 부분에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가능성은 배제한 채 불리한 가능성만을 채택·조합하고 있는바, 이 사건을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가 아닌 예고된 인재로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증거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12월 15일 스모프리피드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 외에 무시할 수 없는 다른 가능성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설령 12월 15일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다고 보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이 사건 분주·지연투여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국가기관의 선의와 가능성의 상대적 우월에 근거해 유죄 판단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요컨대, 이 사건 피해자들이 모두 동일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동시에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주장하는 감염원인, 즉 12월 15일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고, 그와 같은 오염이 이 사건 분주·지연투여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은 이상, 그에 관한 피고인들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 공소사실은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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