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패' 현대건설, 야스민 없는 시간을 견뎌라

양형석 2022. 12. 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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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9일 흥국생명전 세트스코어 1-3 패배, 홈 24연승 무산

[양형석 기자]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시즌 첫 연패에 빠트리며 2022년 일정을 마무리했다.

권순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3-25, 25-20, 29-27, 25-17)로 승리했다. 1라운드에서 1-3, 2라운드에서 0-3으로 패하며 현대건설에게 승리는커녕 승점 1점조차 따지 못했던 흥국생명은 3번째 맞대결에서 승점 3점을 따내며 현대건설에 이어 두 번째로 승점 40점을 돌파했다(14승4패).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51.85%의 성공률로 30득점을 기록하며 '배구여제'의 위용을 뽐냈고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도 블로킹 4개를 포함해 25득점으로 '쌍포'의 위력을 발휘했다. 반면에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허리부상으로 결장한 현대건설은 황연주와 정지윤, 황민경이 62득점을 합작했음에도 시즌 첫 연패에 빠졌다. 독보적인 선두를 질주하던 현대건설이 시즌 처음으로 큰 위기에 빠진 것이다.

개막 후 무패 행진 속 야스민의 부상 이탈
 
 허리 디스크로 결장 중인 야스민은 1월까지 결장이 예상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즌이 조기종료되기 전까지 31경기에서 28승3패라는 압도적인 전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30경기를 넘게 치르는 동안 현대건설에게 패배를 안긴 팀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2번)와 KGC인삼공사(1번) 밖에 없었다. 바꿔 말하면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도로공사, 인삼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구단을 상대로는 시즌 전승이라는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는 뜻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득점 4위(674점)와 공격성공률 2위(42.81%),서브1위(세트당0.44개)를 기록한 외국인 선수 야스민과 재계약했다. 여기에 FA자격을 얻은 팀의 간판스타 양효진과 살림꾼 고예림을 잔류시키며 최강전력을 유지했다. 현대건설은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시즌이 조기종료되면서 챔프전 우승을 놓쳤기 때문에 이번 시즌 우승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팀보다 뜨거울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에도 개막 후 무서운 속도로 승점을 쌓아 나갔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에 기록한 개막 12연승을 뛰어 넘어 개막 15연승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연승 타이기록이자 개막 최다연승 기록을 세웠다. 양효진과 이다현으로 구성된 '트윈타워'의 위력은 여전했고 부상으로 시즌을 조금 늦게 시작했던 정지윤도 시즌을 치르면서 컨디션을 회복했다. 풀타임 3년 차를 맞은 김다인 세터 역시 무르익은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역시 현대건설의 15연승을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었다. 야스민은 V리그 2년 차를 맞는 이번 시즌 득점 4위(359점)와 공격성공률 2위(46.86%), 서브 1위(세트당 0.45개)를 기록하며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인삼공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GS칼텍스 KIXX)와 함께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했다. 무엇보다 야스민이 코트에 있으면 상대에게 큰 위압감이 주면서 현대건설이 더욱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야스민은 지난 11월 11일 인삼공사와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1세트 도중 어깨통증으로 교체되며 팬들의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경기만 쉬고 9일 만에 복귀한 야스민은 2라운드에 열린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1.4득점을 퍼부으면서 변함없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던 야스민은 지난 18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전에서 38득점을 올린 것을 끝으로 허리디스크 증상으로 다시 코트에 서지 못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로만 치른 최근 3경기서 2패
 
 현대건설은 야스민 대신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고 있는 '맏언니' 황연주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야스민 부상 이탈 후 국내 선수들로만 나선 지난 22일 도로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따냈다. 야스민 대신 토종 에이스 양효진이 57.69%의 성공률로 21득점을 올렸고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는 맏언니 황연주가 메웠다. 이 정도의 기세와 전력이라면 현대건설은 야스민이 없어도 충분히 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연승은 25일 인삼공사를 만나며 예상보다 일찍 멈추고 말았다.

현대건설은 이날 황연주가 23득점, 양효진이 20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지만 엘리자벳과 이소영이 나란히 26득점을 퍼부은 인삼공사에게 풀세트까지 접전 끝에 시즌 첫 패를 당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강한 쌍포를 거느리고 있고 미들블로커의 높이가 좋은 인삼공사와는 그저 '상성'이 좋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9일 흥국생명전을 통해 현대건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대건설은 야스민 허리 부상 후 국내 선수들로만 치른 세 번째 경기였던 29일 흥국생명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이번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승점을 따지 못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홈경기 무패행진 역시 '23'에서 멈췄고 국내 선수들만 출전한 최근 3경기에서 1승2패를 기록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이날 작정하고 전성기 시절처럼 많은 공격을 시도(54회)한 김연경을 제어하지 못했고 김연경과 맞설 거포도 없었다.

문제는 현대건설이 향후 7~8경기 정도 결장이 예상되는 야스민 없이 최소 한 달 여의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어깨부상에서 돌아온 이다현과 흥국생명전에서 공격성공률 33.33%에 그쳤던 양효진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현대건설은 국내 선수들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상대팀 역시 '야스민 없는' 현대건설에게 승리를 따내기 위해 모든 전력을 쏟아 부을 거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승점 82점을 챙겼던 현대건설은 2위 도로공사(70점)를 12점 차이로 여유 있게 제치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29일까지 2위 흥국생명과 같은 승점 42점을 기록하고 있다. 야스민이 없는 기간 동안 승점 관리를 하지 못하면 흥국생명에게 역전을 당하고 오히려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즌 첫 연패를 당한 현대건설은 시즌 처음으로 찾아온 위기의 시간을 잘 넘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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