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美빅테크 인력들, 해고후 JP모건·월마트에 '새둥지'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올해 대량해고 칼바람이 불었던 미국 대형 IT 업계 기술자들이 빠른 속도로 금융·유통업체로 재취업되면서 대대적인 일자리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급등과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수익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 한 IT 기업들의 정리해고와 고용 동결 속에 기술자들의 이동은 더 활발해질 예정이다. 특히 JP모건, 월마트 등 그동안 IT업계와 거리가 있던 타 분야의 대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대거 채용에 나서면서 조직문화도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실리콘밸리가 해고에 나선 가운데 기술 인재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기술 일자리가 디지털 기술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는 의료, 금융, 소매업 등 주류 산업에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CNBC방송은 "주요 기술 기업이 정리해고·고용동결 조치를 하면서 스타트업이 인재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 기술자 두 팔 벌려 환영하는 JP모건·월마트NYT에 따르면 JP모건과 월마트, 유나이티드헬스는 최근 기술 인재를 대대적으로 채용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금융과 소매업, 의료업계가 점차 디지털화하면서 기술 인력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채용을 대폭 늘리진 않았지만, 기술 투자를 지속해왔다.
JP모건은 팬데믹 이전 기술 인력이 5만명 수준이었지만 현재 5만5000명까지 늘렸다. 로리 비어 JP모건 글로벌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거의 모든 기업이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실리콘밸리의 해고로 채용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채용 후보자를 두고 다른 기업과의 경쟁도 비교적 덜하고 이에 따른 비용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월마트도 기술 인력을 찾고 있다. 월마트는 최근 수년간 2만명 이상의 기술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기술 제품 매니저 등을 뽑았다. 이어 지난 3월 전 세계에서 추가로 5000명의 기술 인력을 채용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월마트의 랜디 킹 채용 담당자는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에서 나온 기술자들을 당신이 만드는 서비스가 수백만 명의 소비자들에게 닿을 수 있다고 설득해 이를 채울 수 있었다고 NYT에 설명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최근 3년간 기술 인력을 1만명 이상 채용해 총 3만6000명의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연구개발 업체 콤프TIA의 팀 허버트 최고연구책임자(CRO)는 "만약 이러한 전환이 숙련된 기술 근로자들을 다른 산업 부문으로 재배치한다면 이는 건전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 "유연성·영향력 큰 스타트업 들여다보기도"스타트업들도 기술 인재를 확보할 기회를 잡았다. 빅테크 기업으로 곧장 향했던 숙련된 기술 인력들을 붙잡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CNBC는 "빅테크 기업이 제공했던 안정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기술자들은 업무의 유연성이 더 크고 기업 내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트위터 정리해고 등 발표가 나온 이후 스타트업 대표들은 잇따라 SNS를 통해 '퇴사자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곤 했다. 리크루팅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코더패드의 아만다 리차드슨 CEO는 지난달 일론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서 원격근무를 전격 금지한 것을 언급하며 "코더패드에서는 당신의 기술이 모든 것을 말한다고 본다. 당신이 어디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직장에서 자는 지가 아니라, 주 7일·하루 18시간 일하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다"고 어필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스타트업 인사팀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이버 보안회사 익스펠의 데이브 메르켈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470명 수준인 직원 수를 수개월 내에 52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해 이맘때면 채용 담당자들이 바쁘지 않은데 지금은 매우 바쁘다"면서 분위기를 전했다.
◆ 올해만 15만명 해고했다는데…3개월 내 재취업?이렇듯 기술 인력들이 금방 새 직장을 찾아 들어가고 있다는 건 수치로도 확인 가능하다.
미 해고 관련 조사업체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술 근로자 15만명 이상이 해고됐고 11월에만 5만명이 넘게 해고된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미국 내 기술 직종의 전체 고용은 올해 11월 639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NYT는 정부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월보다 증가한 수치로 1년 전에 비해서는 12% 증가했다. 해고만큼이나 새로운 일자리도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 집리크루터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기술 기업에서 해고 또는 계약 종료된 노동자의 79%가 새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한 지 3개월 이내에 재취업했다고 보도했다. 37%는 새 직장을 찾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곧바로 일자리를 구했고, 응답자 10명 중 9명은 구직 신청을 올린 지 일주일 안에 리크루터 또는 기업 채용 담당자로부터 연락받았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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