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 바뀌는 자본시장

이선애 2022. 12. 3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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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상장’ 때 소액주주 보호 조치
배당금액 먼저 정하고 배당주주 확정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새해에는 자본시장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강화된다. 1000만명에 이르는 동학개미(개인 투자자)가 주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에서 벗어나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쪼개기 상장' 반대 소액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새해부터 국내 증시에서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은 분할 이전 주가로 주식을 상장사에 팔 수 있다. 30일 금융위원회·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의결됐다.

물적분할이란 모회사가 특정 사업부를 떼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기업 분할 방식을 일컫는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카카오페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적분할을 하면 모회사 주주들 대다수가 '지주사 할인'으로 피해를 볼 때가 많아 늘 논란에 휩싸였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때 매수가격은 주주와 기업 간 협의로 결정한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자본법령상 시장가격(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과거 2개월, 과거 1개월, 과거 1주일간 각각 가중평균한 가격을 산술평균)을 적용하고, 이에 대해서도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에 매수 가격 결정 청구도 할 수 있다. 물적분할 상장이 기업 가치 하락을 유발해 다수의 일반 주주가 반대하면 물적분할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상장사는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해 일반 주주를 설득한 경우에만 물적분할을 추진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금융위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3중 보호장치가 모두 제도화됐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 사항이었던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외에 구조개편 계획 공시, 상장심사 강화 등 두 가지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지난 9월28일부터 물적분할 상장 심사가 강화됐다.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의 일반 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공시한 주주보호 방안의 이행 여부, 주주 보호 관련 이슈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노력 등이 심사 대상이다. 더불어 10월18일부터는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의 공시 의무도 강화됐다. 기업은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 목적, 기대효과, 주주 보호 방안, 상장계획 등 구조개편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인 일반 주주 보호 미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왔다"면서 "새해에 일반 주주의 권익을 지속해서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과제를 발굴·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공개 때 허수성 청약 제재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크게 3가지 틀(배당·외국인투자자등록제·IPO)에서 제도를 개편한다. 이에 따라 새해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배당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국내 기업이 배당금액을 결정하면 투자자가 이를 확인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배당제도가 개편된다. 더불어 1992년 도입된 외국인투자자등록제(IRC)는 폐지되며, 기업공개(IPO) 때 허수성 청약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배당제도는 다른 선진국처럼 배당금액을 먼저 결정하고 이에 따라 투자자가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상법을 개정하는 등) 변경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 국내 기업은 매년 3월 중하순에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전년도 12월 말(배당 기준일)에 등록된 주주를 대상으로 배당액을 결정한다. 배당받을 주주가 먼저 결정된 이후에 배당액이 결정돼 투자자의 배당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배당 관련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글로벌 배당주 펀드매니저들은 한국 배당주 투자를 '깜깜이 투자'라고 평가절하하며 투자 자체를 꺼리고 있다"면서 "제도를 개선하면 배당 투자가 활성화하고 이는 기업의 배당 확대로 이어져 배당 수익 목적의 장기 투자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자등록제는 폐지된다. 외국인의 개인별 거래정보 관리를 실시간으로 하지 않고 불공정거래 조사 등 필요한 경우에 사후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외국인이 국내 상장증권에 투자하려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을 먼저 등록하고 '외국인투자관리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 중 관련 등록제를 운영하는 국가는 없다. 미국·독일·일본 등은 국가 안보 분야 등의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여권 번호나 법인식별번호(LEI)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IPO) 때 허수성 청약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주관사가 기관의 납입능력을 확인한 후 공모주를 배정하고, 허수성 청약때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는 등으로 제도를 개선한다.

배당제도와 외국인투자자등록제 폐지 등은 추가 논의 후에 새해 초 최종안이 확정된다. 세계 최대 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6월 한국을 선진지수에 편입하지 않는 이유로 불투명한 배당제도, 외국인투자의 정보 접근성 부족 등을 꼽은 만큼,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제도 개선이 국내 증시의 선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5%룰'·상장법인 공시 위반 과징금 상향 조정

사모사채 발행 공시 강화 등 위반에 대한 과징금 제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과징금 상향, 사모사채 발행 때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량 보유 보고(5%룰) 위반에 대한 과징금 한도가 10만분의 1에서 1만분의 1로 조정된다.

주식을 5% 이상 대량 보유한 투자자는 일반 투자자가 이를 알 수 있도록 이를 5일 이내에 보고·공시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어길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보고 내용은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신규 보고) ▲이후 보유 비율이 1% 이상 변동하게 된 경우(변동 보고) ▲보유 목적이나 중요사항이 변경된 경우(변경 보고)다. 평균 과징금은 35만원 수준에서 1500만원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사업보고서 등 공시의무를 위반했을 때 적용하는 과징금 부과 기준도 조정된다. 기존 자본시장법은 유통공시 과징금 한도를 상장법인은 직전 사업연도 일평균 거래액의 100분의 10(20억원 한도)으로, 비상장법인은 20억원(정액)으로 규정했다.

개정안에서는 소규모 상장법인의 과징금 한도는 최소 10억원(20억원 한도 유지)으로 상향 조정한다. 비상장법인 과징금 한도는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다.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의결 때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 공시의 사각지대는 최소화하고 공시 의무 위반 때 제재 수준은 합리적으로 정비함에 따라 자본시장의 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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