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동아리’ 아닌 ‘학회’ 문 두드린 학생들
게임 동아리나 PC방이 아닌 e스포츠 학회를 찾은 학생들이 있다. 서울대 e스포츠 학회 ‘eXsprots’는 e스포츠 산업에 관심 있는 학생 8명이 의기투합해 지난 8월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e스포츠 산업에 대해 열성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은 그간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여타 동아리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스포츠를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학회 구성원들은 지난 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 e스포츠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열성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당시 질의를 한 학생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평소 얼마큼 해당 분야에 깊이 있는 공부를 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스포츠 관련 동아리가 아닌 학회를 출범한 곳은 이곳이 처음이다.
e스포츠 학회를 이끄는 학회장 황종서씨는 “우리 단체 비전은 e스포츠 산업의 발전과 인식 개선을 선도하는 최초의 대학생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대학교마다 게임 동아리는 많지만 e스포츠 산업을 공부하는 학회가 없다는 것에 특히 아쉬움을 드러내며 “(단순 게임 동아리는) 산업을 깊게 뜯어보거나 기여를 원하고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불친절한 경향이 있다. 직접 우리가 기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학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학회가 ‘MZ 세대’로 구성됐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e스포츠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소비자층이 특이하다는 점”이라면서 평가했다. 그러면서 “e스포츠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게임단 중엔 적자를 경험하는 문제도 있다”며 “우리는 컨설턴트 입장으로 내부에서 보지 못하는 문제를 소비자 시선에서 분석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스포츠 미디어 연구실 김기한 교수는 학회 지도를 맡았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T1, DRX, 브리온과 같은 실제 e스포츠팀과 연락해 함께 할 프로젝트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어떤 종목을 위주로 탐구하냐는 질문에는 “물론 LoL과 같은 특정 종목이 인기가 많지만 학회 학생들은 e스포츠 산업 자체에 매료된 아이들”이라며 “이제 곧 수년 안에 사회로 진출할 친구들이다. e스포츠 생태계 전반을 학회를 통해 직접 공부하고 익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육교육과 전공인 김기한 교수는 e스포츠 발전 가능성을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스포츠가 최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그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이 되었다는 것은 다양한 논쟁이 뒤따를 수 있겠지만 결국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식과 제도적 측면에서 e스포츠가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보는 스포츠와 하는 스포츠 중 e스포츠가 관람 스포츠의 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학회 학생들이 e스포츠에 새로운 바람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년간 e스포츠 산업을 만들고 키워온 분들이 게이머 출신의 M세대 였다면, 우리 학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라면서 “e스포츠가 이미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이후에 더욱 넓은 시야로 e스포츠를 공부하고 관련된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들이 졸업 후 e스포츠 산업에 진출한다면 기존에 우리가 보지 못하던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을 발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지난 9월 업계 고위 관계자들이 모여 시작한 ‘e스포츠 포럼’의 포럼장을 맡고 있다.
학회장 황씨도 학회 포부에 대해 “e스포츠가 잠재력이 있는 이유는 결국 게임을 다루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추세에도 잘 맞기 때문”이라며 “재미만큼 사람을 끌어들이기 좋은 요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스포츠 분야에 대해 진지하지만 제대로, 재미있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런 독보적인 위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진솔 인턴 기자 s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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