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중요한 건 ‘사용자성 확대’인데 여야는 놓쳤다?
‘누가 책임질 거냐‘ 사용자 범위 확대도 핵심 쟁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올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개정안 중 가장 잘 알려진 부분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이지만, 논의가 더 필요한 핵심 쟁점은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 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6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노란봉투법 처리를 시도했으나 여야 간 첨예한 신경전 끝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후 노란봉투법은 28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개정안 통과는 불발됐다.
지난 2014년 정리해고 반대 파업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돕는 성금을 담은 노란봉투에서 비롯된 ‘노란봉투법’의 쟁점은 크게 두 축이다. 첫째로 현행 노조법 3조에 해당하는 노동쟁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것이 골자다.
두 번째로는 현재 고용관계가 복잡해진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파업하는 경우 사실상 노동조건은 원청이 정한다. 그럴 경우 하청 노조의 입장에서는 원청 상대로 파업하고 교섭해야 한다. 이때 원청에서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회피하는 부분이 생기고, 이에 2조 2호를 개정함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더 강화하고 정당한 파업의 범위를 넓히자는 취지다.
이처럼 여야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논의를 통해 협의를 거쳐야 할 부분은 사용자 범위 확대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노위에서 여야는 지금껏 손해배상 청구 제한에 대해서만 이견 차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의당, 노동본부 측에서 주장하는 것은 원·하청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사용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를 두고 사용자 찾기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영자총협회에서는 단체교섭은 당사자 간의 근로계약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밝혔다.
현행 노조법은 노조 교섭 대상인 사용자를 ‘사업주, 경영 담당자 또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에 더해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조의 상대방으로서 지위를 인정할 수 있거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 것이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측은 고용형태의 변화 등에 따라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서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포괄적으로 넓히고 노동자들이 교섭을 통해 당사자들 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야당에서는 사용자에 대한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것인지, 고용노동부 시행령으로 나열할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하청 노동조합이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없는 원청과 직접 단체교섭 및 협약을 체결하고 교섭이 결렬되면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되는데, 이에 대해 기존 현행노조법의 체계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섭 결과 단체협약이 체결될 경우 하청업체는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쟁의행위에 따른 부담을 떠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노동부 장관에게 사용자 개념을 확대 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노동부는 지난 10월 “사용자 개념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인권위는 지난 28일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자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이 같은 의견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측도 노란봉투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과 계속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노조법 2조와 관련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 까지 모두 사용자로 정하자는 취지”라며 “본회의에서는 상정되지 못했지만 논의는 끝나지 않았다. 1월에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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