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일 만의 선발 출전, 유광우는 유광우였다
언제나 위기엔 유광우(37)가 있다. 유광우가 주전 세터 한선수의 공백을 메우며 대한항공의 9연승을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23. 25-21. 21-25, 19-25, 17-15)로 승리했다. 9연승을 질주한 대한항공(15승 2패·승점44)은 2위 현대캐피탈(11승 6패·승점33)과 승점 차를 11점으로 벌렸다.
대한항공은 이날 한선수가 코로나19로 결장했다. 지난 25일 우리카드전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아 다음달 1일 OK금융그룹전까지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유광우가 풀타임을 소화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막판엔 유광우가 지치긴 했지만,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유광우의 퍼포먼스는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유광우는 "쉬운 경기를 이렇게 힘들게 했다. 컵대회에 선발로 나서긴 했다"고 웃으며 "경기 초반엔 토스가 잘 안 맞았는데 공격수들이 잘 버텨줬다. 최근에 연전을 치르다보니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한계가 나왔다. 연습을 하면서 선수들이랑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 잘 맞았던 부분은 끌고 가고, 안 맞았던 부분은 수정해야 할 듯하다"고 했다.
연승 중인 상황에서 투입된 게 부담이 되지 않을 리 없다. 유광우는 "팀이 연승을 하는 상황에서 들어갔다. 민폐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연승을 하던 중에 세터가 바뀌면서 경기를 지면 분위기가 흔들리기 때문에, 오늘이 위기였다. 잘 이겨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유광우는 지친 모습이었다. 하지만 승부처인 5세트에서 빛났다. 임동혁과의 호흡이 빛났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나란히 투입될 때가 많았다. 유광우는 임동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4세트까지 득점이 없었던 임동혁은 6점을 몰아쳤다. 유광우는 "동혁이랑 제일 많이 맞췄다. 그래서 동혁이가 좋아하는 볼을 올려주려고 했고, 자신 있게 처리해줬다. 믿고 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광우는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 왕조 시절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우리카드에 이적해서도 붙박이 주전이었다. 그러나 2019~2020시즌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으면서 한선수의 백업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 투입되더라도 항상 제 몫을 했다. 한선수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거나,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유광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그러나 올 시즌엔 기다림이 길었다. 유광우가 선발 출전한 건 지난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올해 3월 9일 6라운드 삼성화재전 이후 275일만이었다.
유광우는 "최근 분위기가 좋은 팀들과 경기를 많이 하고 있다.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저희 흐름대로 가져갈 수 있다. 오늘 3, 4세트처럼 힘들 수 있다. 경기 간격이 길지 않아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짧고 정확하게 맞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광우는 "(한선수가 봤다면)팀원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할 것 같다. 나도 정신차려야 한다. 잘 나갈 때 더 잘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늘 점수를 매기면 40점이다. 경기 흐름을 못 읽었다. 세터가 끌고 가야하는데, 팀이 우왕좌왕했다. 반성한다"며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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