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속 리얼한 자연이 면역력을 높여준다?

이슬비 기자 2022. 12.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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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몰입 때 혈액 순환 등 건강효과… "영상도 심리 안정에 도움"
자연환경이 잘 구현된 영화를 보면 실제로 자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건강 효과를 볼 수 있다./사진=아바타 예고편 캡처
싱그러운 녹음을 스크린에 가져와 뽐냈던 영화 '아바타'가 이번엔 광활한 바다를 구현해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 2)로 돌아왔다. 기다렸다는 듯 관객도 빠르게 몰렸다. 불과 개봉 14일 만에 월드와이드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가장 빠른 속도다. 영화관 속 실제가 아닌 자연을 보고도 우리는 황홀하다고 느끼곤 하는데, 혹시 정말 자연환경 속에 있는 것 같은 건강 효과도 누릴 수 있는 걸까?

◇아바타 2, 첨단 기술로 관객 몰입도 높여

아바타 영화를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몰입감'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포함해 영화 제작진은 관객이 영화 속 환경을 마치 실제인 것처럼 대리 체험할 수 있도록 각종 첨단 기술을 활용해 3D 영화로 제작했다. 사용한 기술론 대표적으로 ▲HFR(High Frame Rate·고프레임률) ▲HDR(High Dynamic Range·고생동폭) ▲수중 모션 캡처가 있다.

영화는 연속된 사진을 모아놓은 것이다. 일반 영화는 보통 1초당 사진 23.976프레임(fps)을 담는데, 아바타 2는 2배인 48프레임을 넣었다. 이게 바로 HFR 기술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수중 액션이나 캐릭터가 하늘을 나는 장면 등 움직임이 직관적으로 드러날 땐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48프레임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초당 프레임이 증가하면 아무래도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구현된다. 실제로 경성대 디지털디자인전문대학원 이석호 교수 연구 결과, 고프레임 영화가 기본 24프레임 영화보다 관객에게 기능·감성 시각인지 반응에서 모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몰입도를 높인 것.

HDR은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밝기의 범위를 확장하는 기술로, 마치 사람 눈에 실제 보이는 것 같은 선명도를 구현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HDR 기술로 관객에게 실제 바닷속에 있는 듯한 경험을 끌어내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모션 캡처 기술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세밀하게 잡아내 영상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물 속에서 촬영하면 수많은 공기 방울 때문에 배우의 형상과 표정이 움직이는 모습을 섬세하게 잡아내기 어렵다. 아무리 배경 영상으로 잘 구현해도, 배우의 움직임이 어색하게 담기면 몰입이 깨질 수밖에 없어 수중 촬영 장면을 영화에 삽입하는 건 고난도로 꼽힌다. 그러나 아바타 2에서는 배우 몸에 센서를 부착하는 등 수중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물속에서도 감독이 영상에 담고자 했던 피사체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데이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영화관마다 누릴 수 있는 첨단 기술 효과는 다를 수 있다. HFR 지원 상영관은 따로 있다. 예매할 때 상영 타입이 3D HFR인지 3D 디지털(SFR) 인지 확인해야 한다. 색감, 화질, 음향도 상영관마다 다르다.

◇뇌, 잘 구현된 자연 영상 보면 비슷한 경험 상기해

몰입도가 높을수록 몸의 반응도 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영화 등 시각적인 감각으로 자연을 봤을 때와 유사한 감각을 느끼면 실제로 자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건강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2D보단 입체거나 움직임이 있거나 향기가 나거나 소리가 생동감 있을수록 실제 자연에서 느끼는 긴장 이완, 불안 감소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질감 없이 동화, 몰입되는 게 중요하다. 뇌가 속지는 않는다. 그러나 비슷한 경험을 상기해낸다. 자연을 영상화한 모습을 보고, 자연 속에서 느꼈던 안정감, 편안함 등을 떠올리는 것. 이런 감정이 건강 효과로 이어진다. 자연을 보면 몸속 자율신경계가 안정돼 긴장이 풀리고, 근육이 이완된다. 혈관도 넓어지면서 손끝, 발끝까지 혈액 순환이 잘 된다. 면역력은 올라간다. 심신 안정은 정신 건강에도 좋다. 실제로 출근길에 잠깐 나무, 잔디 등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 건강 점수가 올라간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글로벌 건강 연구소(Barcelona Institute for Global Health)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엑세터대 연구팀은 약 2만 6000명의 거주지를 분석해 해안가 1km 이내에 사는 사람은 50km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보다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22%나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홍진 교수는 "자연이 건강에 좋은 걸 알아도, 밖으로 나가기 힘든 사람이 있다"며 "우울증 환자, 암 환자, 몸이 불편해 활동이 힘든 환자 등이 자연을 잘 형상화한 영화 등 영상을 보면 심리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으로 영상이나 이미지를 치료 도구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심혈관질환자는 몰입도 높은 영화 주의해야

다만, 몰입도가 높은 영화를 주의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자는 몰입도 높은 영화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과도하게 흥분해 혈압 상승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인도에서 고혈압 병력이 있던 사람이 아바타 2를 보다가 관상동맥 파열로 사망하기도 했다. 특히 공포 영화는 삼가는 게 좋다. 노약자는 낙상 위험을 주의해야 한다. 전홍진 교수는 "노령자는 입체, 움직임 등 첨단기술을 적용해 몰입도를 높인 영화를 장시간 시청하면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영화가 끝나고 넘어지지 않게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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