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민 찬성 많았는데 안된다고?" 재개발서 소외된 양재2동의 '한숨'
서울시 "후보지 선정 정부 권한" vs 국토부 "지자체 의견 무시 어려워"
[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지난 27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서초구 양재2동 주택가. 붉은색 벽돌로 만들어진 오래된 빌라 사이 작은 골목은 자동차 1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았다. 골목 구석구석에는 쇠창살이 달린 반지하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골목 위쪽에는 노후화된 전깃줄이 오래된 소나무와 함께 복잡하게 얽혀있어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였다.
양재2동 주민 최효숙씨(49)는 "지난해 이곳에서 전깃줄에 매달린 물건을 꺼내려던 네 살 아이 부부가 감전사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올해 8월에는 폭우로 인한 반지하 침수 피해가 심각했다"며 "양재2동 1구역은 주거용 건물 중 48.7%가 반지하 건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 김기현(73)씨는 "양재2동 1구역 대부분이 노후주택들도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퇴근 시간 이후에는 이웃 간에 불법주차 문제로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빈번해 조속한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노후화로 재개발이 시급한 양재2동이 끝내 국토교통부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9차 후보지에 선정되지 못했다. 양재2동 1구역은 당초 주민동의율이 71.20%를 기록해 사업 요건을 달성해 도심복합사업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돼 왔지만, 국토부와 지자체 협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직접 방문한 양재2동 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10여명이 넘는 주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김정선 양재2동 1구역 도심복합사업 추진위원은 "1구역은 저희가 약 1년 동안 주민들에게 우편도 보내고 직접 방문해 설득한 끝에 도심복합사업에 대한 주민 동의율이 71.20%로 가장 높았음에도 후보지에 선정되지 못했다"며 "서울 은평구, 동대문구 등 21곳은 주민동의율이 저조해 후보지에서 철회됐는데. 이제 와서 주민동의율만으로 후보지를 선정할 수 없다는 당국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양재2동이 현실적으로 민간재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주민들의 좌절감은 더욱 크다. 양재2동에 오래된 빌라가 많지만 신축 빌라가 생겨나고 있어 노후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김 추진위원은 "1구역은 신축빌라가 더이상 지어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10년을 더 기다려도 민간재개발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이번 결과가 더욱 뼈아프다"고 했다.
도심복합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절실한 추진위원회는 사업 발표 전 12월20일에 서울시청 실무진과 별도의 면담을 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양재AI혁신지구 활성화 계획’으로 양재2동이 후보지에 선정되지 못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 추진위원은 "면담 당시 AI특구가 도심복합사업과 관계없다는 의견을 들었는데 결국 국토부로부터 후보지 선정에 떨어진 이유가 AI특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분노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초동 양재·우면동 일대를 인공지능(AI) 산업 혁신거점으로 개발하는 ‘양재AI혁신지구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양재2동 일대는 ICT특정개발진흥지구 대상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서울시와 국토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주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승인계획 권한을, 국토부는 후보지 선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재2동이 단독주택용지로 개발한 땅으로 아파트는 불허한다는 지구단위계획과 ICT특정개발진흥지구 대상지로 선정됐다는 도시계획적인 여건을 검토해 국토부에 전달했을 뿐 도심복합사업으로 선정하면 안 된다는 특정 의견을 전달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선정 권한은 국토부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고층고밀 개발모델인 도심복합사업 대신 저층저밀 단독주택 위주의 관리를 원한다는 것과 ICT특정개발진흥지구에 선정됐다는 의견을 전달받았고 이로 인해 양재2동이 도심복합사업에 선정되기 적절치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주민 동의율이 높은 것을 잘 알고 있어 우리도 양재2동을 후보지로 선정하고 싶었지만, 도시관리계획 차원에서 서울시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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