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과 육아에 지친 ‘엄마’...연말이 더 추운 사람들 ②

조계원 2022. 12.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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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이라는 낙인에 단돈 30만원을 빌릴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다만 이들이 어떻게 신용불량자가 됐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에도 육아와 직장의 충돌은 계속해서 그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신용불량자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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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과 함께 앞으로 신용불량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의 재기를
지원하는 국내 사회의 미비점을 살펴봤다.
쿠키뉴스DB

‘신용불량’이라는 낙인에 단돈 30만원을 빌릴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는 이들을 향해 일해서 스스로 갚아 나아가라고 채찍질한다. 다만 이들이 어떻게 신용불량자가 됐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도 엉성하기는 마찬가지다.

30일 쿠키뉴스가 만난 38세의 이 모씨는 현재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다. 그는 8년 전쯤 남편과 헤어진 후 지금까지 홀로 아이를 키워나가고 있다. 남편과의 이혼 후 급작스러운 홀로서기는 그를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남편이 잘못을 반복해서 정말 못 참겠다고 말하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짐을 싸놓았어요.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저희가 살던 집의 보증금을 빼버렸어요. 이혼하면 집 보증금을 뺏기겠다고 생각했는지 저 몰래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더라고요. 그래서 얼떨결에 아이랑 둘이 나오게 됐어요”

“당장 갈 데가 없어서 간 곳이 인천의 무보증 원룸이었어요. 보증금 없이 월세 50만원의 원룸이었죠. 그러다 돈이 부족해서 대출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일을 못 하는 상태라 은행 신용대출이든 제2금융권이든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게 됐죠”

갑자기 홀로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당시 그에게 정부 지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주민센터를 찾아가서 지원받을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아직 서류상으로 이혼 상태가 아니라고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어요. 아이 기저귀랑 분윳값, 어린이집 비용은 계속 나가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를 이용했죠. 이혼 후 남편 쪽에서 받은 양육비도 전혀 없어요”

이 씨는 직장을 구해 받은 급여로 빚을 갚아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홀로 부담해야 하는 육아는 그가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았어요. 이력서 내는 곳들에서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조차도 거의 없더라고요. 어렵게 구한 일자리도 9시, 10시까지 야근을 하다 보니 아이가 있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여기에 대부업체의 높은 이자는 결국 그를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에도 육아와 직장의 충돌은 계속해서 그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초등학교의 긴급 하교 조치는 그가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모두 강제 하교시켰어요. 심할 때는 한 달에 두세 번씩 하교 조치했는데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으면 하교도 시켜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하다 갑자기 애를 데리러 달려가야 했어요”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죠. 지금은 모자원에서 거주하며 공공근로로 버티고 있는데 한 달 꽉 채워도 100만원을 못 받아요. 거기서 이자 30~40만원 내고 남은 돈으로 아이랑 생활하고 있어요. 그나마 지금은 공공근로를 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1년 이상 계속할 수 없어서 내년이 걱정이에요”

빚과 육아에 지친 이 씨가 원하는 것은 일할 수 있는 환경과 급할 때 소액이라도 빌려달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일가정 양립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혼자 육아를 하면서 일하는 것은 대안이 없어요. 애를 맡길 때가 없어요. 회사에 양해를 구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되면 서로 얼굴을 붉히게 돼요. 제 주변에 있는 한 부모 상황들도 다 똑같아요”

“주민센터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긴급 지원 제도가 있는데 지원예산이 남아있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확인 절차 거치면 보통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야 3개월이에요. 당장 급해서 신청했는데 3개월을 기다릴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다른 지원도 고정적인 소득이 없으면 받을 수가 없어요”

이 씨와 같은 신용불량자는 지난해 6월 기준 국내에 77만명이 넘어선다. 앞으로 이러한 신용불량자는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와 함께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신용불량자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점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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