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1건·빅딜 2건 그친 K바이오…내년은 다를까

이춘희 2022. 12. 30.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미 '롤론티스'만 FDA 허가
1조 넘는 기술수출
ABL바이오·레고켐바이오만 성공
올해 국산 신약 중 유일하게 FDA 승인에 성공한 한미약품의 '롤론티스' (사진=한미약품 제공)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활발해지는 듯 보였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해외 진출이 올해는 주춤했다. 기대를 모았던 신약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의 문턱에서 잇따라 좌절을 겪는가 하면 바이오테크들의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대형 기술 수출도 급감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산 신약의 FDA 허가는 올해 단 한 건에 그쳤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에플라페그라스팀)'만이 지난 9월 3수 끝에 허가에 성공했다. 연초에는 롤론티스 외에도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 GC녹십자의 혈액분획제제 '알리글로(IVIG-SN 10%)', 메지온의 폰탄수술 환자 치료제 '유데나필', 휴젤의 보톨리눔톡신(BTX) '레티보' 등이 연내 승인이 기대됐던 데 비하면 숫자가 대폭 줄었다.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FDA의 현장 실사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승인이 무산되거나 시기가 대폭 지연됐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에 이어 포지오티닙의 승인에 도전하며 연내 2연속 FDA 허가라는 타이틀을 노렸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앞서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부정적 자문을 내놓으면서 우려가 커졌고 결국 지난달 FDA가 현재로서는 승인하기 어렵다는 보완요청서한(CRL)을 발송했다.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의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는 포지오티닙의 추가 개발을 중단하고 롤론티스의 시장 진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본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이 같은 신약 허가 사례 감소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역량이 저하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FDA에서 올해 허가한 신약이 35개로 지난해 50건 대비 29%나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FDA의 신약 허가가 급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내 승인이 무산된 개발사들은 부족했던 현장 실사 등을 보완해 내년 중 다시 승인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GC녹십자는 지난 2월 FDA로부터 알리글로에 대한 CRL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생물학적제제허가신청(BLA)을 제출했지만 코로나19로 현장 실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고육지책으로 오창 생산시설에 대한 비대면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추가 보완 요구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CRL 수령 이후 실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실사를 받고 하반기에 다시 BLA를 제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휴젤의 BTX 레티보도 지난 3월 FDA로부터 제조 및 품질관리(CMC)에 관한 CRL을 받고 관련 사안을 보완해 지난 10월 FDA에 다시 신청을 넣은 상태다.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른 심사기한은 내년 4월6일로 정해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신약 승인이 이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35호 신약이 되면서 한국은 국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동시 보유한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이어 대웅제약도 지난달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를 승인 받으며 36번째 국산 신약을 만들어냈다.

에이비엘바이오(왼쪽)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로고 (사진=각 사 제공)

기술수출 면에서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올해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은 총 15건으로 비공개 금액을 제외한 총 계약 규모는 약 6조1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4건, 약 13조원에 비해 모두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1조원이 넘는 계약을 성공한 기업은 단 두 곳에 그쳤다. 연초 에이비엘바이오가 퇴행성 뇌질환 이중항체 치료제 'ABL301'을 글로벌 빅 파마 사노피에 계약금 7500만달러를 포함해 총 10억6000만달러(약 1조3430억원) 규모 계약에 성공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이후 대형 계약은 나오지 못했고, 올해가 넘어가기 직전에야 레고켐바이오가 이를 뛰어넘는 약 1조6000억원 규모 계약에 성공하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레고켐은 지난 23일 암젠에 총 5개 타깃에 대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원천 기술을 이전하는 총 12억4750만달러(약 1조5806억원) 규모의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금 규모 등 세부 내용은 계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노벨티노빌리티가 미국 바이오텍 발렌자바이오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NN2802'를 계약금 700만달러를 포함한 총액 7억3325만달러(약 9290억원)에 수출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싱가포르 주니퍼바이오로직스에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계약금 1218만달러를 포함해 총 5억8718만달러(약 7440억원)에 기술 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