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장 사진 찍고 국산엔 오너이름까지…정용진·신동빈의 와인 사랑

송승윤 2022. 12.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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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시장 지속 성장…수입액 매년 늘어
저변 확대와 음주 문화 변화가 큰 축
와인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기업도 주목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한때 국내 와인 시장은 와인의 불모지로 꼽혔었다. 맥주와 소주 중심의 주류 문화가 확고한데다가 인프라 역시 갖춰져 있지 않아 다양한 와인을 접할 기회나 여건이 없었다. 와인 시장을 키워온 것은 1세대 와인 수입사들로 주로 중소·중견 기업들 위주였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이 와인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저변 확대와 함께 시장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대기업이 와인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국내 와인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따라 와인 사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와인 수입액은 5억3405만 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입액인 5억5981만달러에 벌써 근접했다. 2020년 3억3000만달러 규모였던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 70%가량 성장했다.

특히 프리미엄 와인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9월 보르도와 부르고뉴 그랑 크뤼 와인 등 고급 와인 산지인 프랑스 와인 수입액은 1억519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2857만 달러)보다 18.2% 늘었다. 마찬가지로 고급산지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중심의 미국 와인 수입액도 같은 기간 7806만 달러로 전년 동기(6720만 달러) 대비 16.2% 늘었다. 두 나라 모두 1년 새 수입액이 많이 증가했지만, 수입량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홈술 문화의 정착과 여기에 맞물리는 저도주의 인기, 다양한 주종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 등이 이끌었다. 스마트 오더 등으로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일반적인 구매 방법으로 정착한 것 역시 한몫했다. 주요 소비층인 MZ(밀레니엄+Z세대)세대 사이에선 과거 과음을 하는 문화 대신 맛있는 술을 기분 좋게 먹는 문화가 트렌드로 떠올랐고,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와인이 이런 트렌드에 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와인 시장의 저변 확대에 대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사업 확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간 와인 시장을 키워온 1세대 와인 업체들도 시장에서 산업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신규 매장 오픈 등 판매처 확대로 반사 이익을 얻는 장점도 있다.

와인앤모어 역삼센터필드점./사진=신세계L&B 제공

특히 기업들이 와이너리를 직접 사들이는 사례도 많이 늘었다. 이는 기존 수입 형태의 유통 과정에서 직접 제조와 생산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방향으로 여겨진다. 와이너리 인수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와인 관련 인력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와인에 관심이 많은 각 그룹 오너들이 직접 나서면서 사업을 강화한 측면도 있다. 와인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08년 자회사 신세계L&B를 설립해 주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와인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올해 2월엔 신세계프라퍼티를 앞세워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미국의 와인 양조장 쉐이퍼빈야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와인과 관련한 사진을 자주 올리며 와인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와인 애호가로 유명하다. 과거 임직원들에게 국내 최장수 와인인 마주앙을 100% 국산 포도로 만들라고 지시하는 등 직접 와인 사업을 챙기기도 했고, 이런 의지가 담긴 프리미엄 국산 와인 '마주앙 시그니처 코리아 프리미엄'은 일명 '신동빈 와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주류전문가인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과정 교수는 "단순히 와인을 많이 마시는 것을 넘어서서 구매처 확대와 함께 각 가정에서도 와인셀러, 디캔터 같은 용품이 대중화되는 등 인프라가 확충됐고 이는 곧 와인 시장의 안정화로 이어졌다"면서 "기업들이 와이너리를 사들이는 것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보편적인 일인데, 그만큼 이 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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