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초저출산 시대의 지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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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밀고 싶어서 미는 거냐. 지하철 싫으면 차를 끌고 다니든가." "너는 차 없어서 지하철 탔냐. 어디서 차도 못 굴릴 것처럼 생긴." 얼마 전 서울 한 지하철에서 30~4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발 디딜 틈 없는 전동차 안에서 서로 몸 부닥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짜증이 폭발한 두 사람은 멱살잡이 직전이었다.
끝내 승용차 소유 여부를 서로 확인하지 못한 무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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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밀고 싶어서 미는 거냐. 지하철 싫으면 차를 끌고 다니든가.” “너는 차 없어서 지하철 탔냐. 어디서 차도 못 굴릴 것처럼 생긴….” 얼마 전 서울 한 지하철에서 30~4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발 디딜 틈 없는 전동차 안에서 서로 몸 부닥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짜증이 폭발한 두 사람은 멱살잡이 직전이었다. 싸움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한 남성이 목적지에 도착한 듯 붐비는 객차를 급하게 빠져나가면서 “운 좋은 줄 알아”라고 말했다. 끝내 승용차 소유 여부를 서로 확인하지 못한 무승부였다.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타노스가 나타나지 않는 한 진땀나는 만원 지하철의 고통은 사라지기 어려울 것 같다. 타노스는 우주의 생명체 절반을 줄여야 모두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이는 맬서스 인구론의 ‘빌런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토머스 맬서스가 18세기에 발표한 인구론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식량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수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인구론의 핵심이다. 인구론은 전쟁이나 역병 발생을 자연적 인구 조절 현상이라고 본다. 이 논리는 결국 인구 감소를 보건·복지 정책 따위로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인구론은 지구 자원의 한계를 걱정하는 것 빼고는 힘을 잃은 지 오래됐다. 코로나 같은 감염병이 퍼지게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뚜렷한 인구 감소세를 보이는 한국에서는 정부가 인구 부양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는 0.81명에 불과했다. 올해 1~10월에만 국내 인구는 10만명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19.8% 늘어났지만, 출생아는 4.8%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고령층 사망자가 증가한 점이 인구 감소폭을 더 가파르게 만들었다.
물론 정부는 인구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육아휴직 기간과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리고 육아휴직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권리 보호 절차를 만들어 그 사용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런 대책은 아이를 낳아 제대로 키울 사람이 부족한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것이다. 늘 모범 답안처럼 제시되지만 해법으로는 성공하지 못하는 대책이 큰 효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인구 대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듯한 인구 감소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서는 파격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지방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저출산·고령화 구조에 작은 변화를 주기도 어려워 보인다. 모두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어 생존 경쟁률만 더 높이는 상황에선 자기 자신 말고 배우자나 2세의 미래를 함께 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소멸화 문제와 관련해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은퇴자 귀향 타운 조성이다. 중소도시에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교육과 문화, 보건·의료 환경까지 갖춘 터전을 만들어 은퇴한 사람들이 귀향하듯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 버금가는 대규모 인프라를 지방에 깔아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판에 이 같은 대책이 의미 있는 인구 이동 흐름을 일으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도 경계를 새로 긋는 정도의 충격 요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옥철 고통은 더 커질지 모른다.
김경택 경제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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