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정보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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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팔팔 끓는 보리차를 손등과 팔목에 엎었다.
절대 얼음물에 화상 부위를 담그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얼음장같이 차가운 수돗물은 얼음물이라고 봐야 하나? 열기가 가신 다음에 뭐든 발라야 하는데 이 따가움은 열기인가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손등에 동전만한 수포가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전문가를 가까이할 수는 없다.
정보에 대한 장벽을 낮춰 격차를 줄이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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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팔팔 끓는 보리차를 손등과 팔목에 엎었다. 반사적으로 차디찬 수돗물에 팔을 냅다 담갔다. 찬물을 뒤집어써 잔뜩 얼얼해진 팔뚝을 부여잡고 어렴풋한 기억에 의존해 바셀린을 듬뿍 발랐다. 원리는 알지도 못했지만 우선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다행히 된장을 바르거나 소주를 붓는 일은 하지 않았다.
따가운 기운이 몇 시간 이어지는 동안 폭풍 검색을 했다. 화상, 연고 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넣고, 하이퍼링크가 이끄는 대로 정보와 정보 사이를 옮겨 다녔다. 갈수록 손보다 머리가 더 아파왔다. 절대 얼음물에 화상 부위를 담그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얼음장같이 차가운 수돗물은 얼음물이라고 봐야 하나? 열기가 가신 다음에 뭐든 발라야 하는데 이 따가움은 열기인가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손등에 동전만한 수포가 올라왔다. 결국 병원으로 달려갔다.
치료 후에도 내 모든 신경은 화상 부위에 집중됐다. 수포 주변 붉은 부위가 흉터가 되진 않을까, 물집이 터지면 어떡하나. 정보의 바다에서 이런 것까지 깔끔하게 설명해 주는 곳은 없었다. 인터넷에는 베껴 쓴 텍스트와 못 미더운 요법들이 줄을 이었다. 전문가 블로그 끝에는 꼭 광고가 달렸다. 보다 못한 나는 인공지능(AI) 챗GPT에 해결책을 물었다. 손가락을 움직이지 말라는 이상한 대답을 했다. 최근 발표된 논문이 떠올랐다. AI가 간혹 땅콩 알레르기가 있으면 땅콩버터를 먹으라거나, 화재경보기가 울리는지 확인하려면 집에 불을 내라는 식의 위험천만한 대답을 내놓는다는 내용이었다. AI 또한 아직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정보의 망망대해에서 제대로 된 답을 고르는 일은 이렇게나 어렵다. 그래서 결국 사람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전문가를 가까이할 수는 없다. 정보에 대한 장벽을 낮춰 격차를 줄이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해에는 세상만사 궁금증을 맞춤형으로 안전하게 해결해줄 서비스가 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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