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도서관·체육관·수영장 건립, 학생과 지역주민이 공유
<3·끝> 학교공동체, 복합 넘어선 공유
농산어촌·구도심 학교들은 학생이 줄어 걱정하는 반면 신도시 학교들은 학생이 몰려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 수가 급증해 교사와 공간이 부족해지면 교육의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교사와 학교 공간을 확충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의 ‘학교시설 복합화’는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학교복합시설이란 학교에 도서관, 체육관, 수영장 등을 지어 학생과 주민이 공유하는 곳이다. 학교가 부지를 제공하고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해 시설을 만드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 위치한 배곧누리초등학교와 학교복합 시설 ‘배곧너나들이’의 협력 사례를 소개한다. 정부와 지자체, 초등·중학교, 교육 당국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김포시 고촌도담수영장도 다녀왔다. 적은 비용으로 교육의 질과 주민 삶의 질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되는 공간이었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배곧누리초 2학년은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어우러진 특별한 전래놀이 수업을 진행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제기차기, 윷놀이, 굴렁쇠 굴리기 등 체험 부스를 만들어 운영했다. 학생들이 반별로 부스를 돌며 체험하는 방식의 수업이었다. 교사들은 놀이의 유래를 설명하고, 학부모들은 체험을 도왔다. 체험학습이 끝난 뒤에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민속놀이 공연팀의 초청 공연이 이어졌다. 전래놀이 수업은 정규수업 시간에 진행됐다. 교사들은 창의적체험활동 시간과 일부 수업 시간을 할애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전래놀이 수업은 배곧누리초와 배곧너나들이의 협력 사례다. 배곧누리초는 지난해부터 교육과정을 수립할 때 배곧너나들이 김보람 센터장을 참여시키고 있다. 김 센터장이 교육 프로그램을 건의하기도 하고,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김 센터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올해 1학년은 생태체험, 전통공연, 마술공연이 연계돼 이뤄졌다. 2학년은 전래놀이 수업 외에도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통한 독서 교육이 진행됐다. 3학년은 캘리그래피 수업이 있었다. 고학년은 제과제빵, 바리스타 수업 등이 호응이 컸다. 학교와 배곧너나들이는 다리로 연결돼 편하게 오갈 수 있다. 학교 입장에서 배곧너나들이는 공간 부족 문제를 줄여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배곧누리초는 최근 저학년 수가 많아지고 있다. 배곧너나들이는 방과후 교실과 특기적성실을 제공해 학교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배곧누리초 정유진 교장은 “복합시설은 학생과 외부인이 섞이는 곳이어서 교장 입장에서 안전이 걱정이긴 하다”면서도 “결국 아이들에게 좋다고 판단해 적극 협력 중이다.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학교로 들어오고 이런 공간을 활용해서 수업을 할 수 있으면 아이들에게 꿈이나 소질을 살릴 기회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지역 주민들이 배곧너나들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자격을 취득한 뒤 지역 내 학교와 부설 유치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학교·지역 협력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시에 위치한 고촌도담수영장은 여러 행정·교육기관이 협력한 결과물이다. 고촌중학교는 악천후와 겨울에도 체육수업이 가능한 실내체육관이 필요했다. 김포교육지원청은 초등학생에게 생존수영을 가르칠 실내수영장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었다. 김포시는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체육시설 부족 문제를 해소해야 했다. 정부는 학교시설 복합화를 확대할 필요가 있었다.
고촌중학교는 운동장 일부를 양보해 수영장 부지를 제공했다. 교육부가 특별교부금 30억원을 내려보내고 김포시와 교육청이 각각 24억원을 부담해 총 78억원을 투입했다. 그렇게 지하 1층(수영장), 지상 2층(체육관)인 학교복합시설이 완공됐다. 수영장은 25m 길이 5개 레인의 소박한 공간이다.
김포시는 김포도시관리공사에 운영을 맡기고 지난 11월 21일~12월 9일 시범운영했다. 짧은 시범운영 기간이었지만 주민 900명이 다녀갔다. 노인과 주부로 보이는 여성이 많았다. 노인들의 경우 수영장을 여유 있게 걷는 것만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고 수영장 측은 전했다. 오후 5시쯤 주민들이 몰렸는데 저녁 먹기 전에 운동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영장이 지역주민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었다.
지난 27일 고촌도담수영장에서 만난 김포도시관리공사 안수복 대리는 시범운영 기간에 만난 70대 노인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안 대리는 “무릎이 좋지 않은 분이었다. 수영장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근처에 수영장이 없어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 고마운 공간이 생겼다’며 웃으셨다”고 말했다.
수영장은 내년 1월 2일 정식 개장한다. 일과 시간에는 주로 인근 초등학생들이 전문 강사들로부터 생존수영을 배우게 된다. 그 밖의 시간은 지역주민 등이 활용하게 된다. 체육관은 고촌중 학생들이 이미 체육수업에 쓰고 있었다. 농구공 튕기는 소리와 학생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체육관 전체에 가득했다.
국민일보·한국교육개발원 공동 기획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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