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생존 후 극단선택 고교생 母 "정부 어떤 연락도 없어"

정혜정 2022. 12. 30.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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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희생자들의 온전한 추모를 위한 재단장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겪은 고등학생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 학생의 어머니는 "제 아이는 이번 참사의 희생자"라며 "우리 아이가 죽은 후 정부 어떤 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기관 보고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어머니 A씨가 보내온 문자메시지 내용을 전했다.

용 의원에 따르면 A씨는 "제 아이는 참사 직후 극심한 혼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신 상담 치료 한번 못 받고 죽었다"며 "부상자이자 생존자였고, 가장 소중한 친구 둘을 잃었다.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지원을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 등 정부의 어떤 기관으로부터 우리 아이가 죽은 후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제가 하도 답답해서 원스톱지원센터에 연락했더니 행정안전부에서 직접 전화한다며 통화를 마쳤고, 저희 가족은 현행법상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아 따로 도움을 줄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는 답변만 늘어놨다"고 했다.

A씨는 "한덕수 총리가 '치료 의지 부족이 아쉽다'고 저희 아이에 대해 말씀하시더니, 정부는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인한 죽음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한 총리는 지난 15일 참사를 겪은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본인이 필요에 따른 이런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날 용 의원은 A씨의 메시지를 소개한 뒤 "이럴 거면 유가족 지원과 연락을 담당할 부처를 왜 만드냐"며 "도대체 정부가 희생자와 유가족을 어떻게 대하기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정말 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안 가도 된다고 해도 굳이 학교에 나가고 운동도 끊어서 주 2회 헬스를 나갔다고 한다"며 "스스로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도 걸어봤다는 말씀에 제가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용 의원은 "트라우마로 인한 생존자들의 죽음도 참사 희생자로 인정하고 필요한 지원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생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 지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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