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편" 발언 여파? 국힘, 용혜인 사퇴 요구하며 국조 참여 거부 [이태원참사_기록]
[곽우신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가 또 멈춰 섰다. 국민의힘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9일 기관보고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오후 일정을 마치고 정회를 선언한 국조특위는 오후 8시 30분에 회의를 속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후 11시 현재까지 속개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재개 불가 수순이다.
국조특위의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이만희 의원은 "지금 국정조사 정회 중"이라며 "사유는, 오후 회의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한 정회직후 국정조사가 열리는 회의실에서 용혜인 의원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 우리당 전주혜, 조수진 의원을 불법으로 촬영하고 대화를 녹음하는 등의 충격적인 행위가 적발되어 정회가 길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위원장에게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용혜인 의원의 공개사과와 진상을 밝혀주고, 용혜인 의원의 국조위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공개사과와 국조위원 사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정조사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
ⓒ 남소연 |
국민의힘 측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날 오후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가 정회한 직후 용혜인 의원실 보좌진이 마이크가 달린 캠코더를 활용해 조수진·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대화 장면을 마치 기자인 것처럼 촬영했다. 당시 용 의원은 회의장에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두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보좌진이, 공식 회의가 멈춘 상황에서 의원들 간의 사적 대화를 몰래 촬영한 것이라고 항의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측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당시 영상을 보면, 두 의원은 "용혜인 의원이 뭐라고 지시를 했느냐?" "회의 내용이 지금 아니지 않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해당 영상의 삭제를 요구하며 언성을 높였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이를 만류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측은 용 의원이 보좌진에게 국민의힘 의원의 사적 언행을 비밀리에 기록할 것을 지시하지는 않았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이들을 용 의원이 즉시 진상을 밝히고 공개 사과에 나서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용혜인 의원을 향해 이렇게 날을 세우는 데는, 앞서 조수진 의원의 "같은 편" 발언 논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용 의원은 지난 28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수진 의원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향해 "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라고 비아냥거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곁에 있던 저를 빤히 쳐다보며 마치 들으라는 듯이 뱉은 그 한 마디, 제 귀를 의심했다"라며 "유가족 분들의 절규가 정부 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을 꾸짖고 있는 야당 의원들의 편을 드는 일이라며 이죽거리는 그 태도에 마음이 무너져, 어떻게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잡아서 한마디 쏘아붙이지도 못하고 그렇게 흘려보내 버렸던 것이 여전히 마음에 짐처럼 남는다"라고 적었다.
앞서 영상에서 조수진 의원은 해당 보좌진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용혜인 의원이 확인도 안 된 이야기를 SNS에다 쓰고 아무렇게나 이야기해서 내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언급했다. 용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과 비슷한 사례가 또 생길까봐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
ⓒ 남소연 |
국정조사가 계속해서 지연되자, 용 의원도 별도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그는 "조수진 의원, 천박한 망언이 부끄러우셨으면 사과하셨으면 될 일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보좌진을 시켜 '도촬'을 했다는 음모론을 오늘 저녁 각종 언론사에 배포했다. 또한 이를 핑계로 국민의힘 위원들은 국정조사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지난 3년의 의정활동 동안 늘상 저와 함께 동행하며 저의 의정활동을 기록하는 저의 보좌진이 있다"라며 "해당 보좌진은 자리에 남아 제가 돌아오는 동안 특위에 대해 통상적으로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마치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제가 특정한 상황에 대해 '도촬'을 지시했다는 표현은 매우 부당하며, 전형적인 음모론"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무려 국민의힘 의원과 보좌진 4명이 둘러싸고 휴대전화를 얼굴에 가져다대며, 어디 의원실이냐, 무엇을 찍은 것이냐 윽박지르는 상황이 한동안 연출되었다"라며 오히려 "제 보좌진이 너무나 당황하고 위협감을 느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늘 제 옆자리에 앉아계신 장혜영 의원과 보좌진들이 풀어주지 않았다면 해당 보좌진은 그 자리를 빠져 나올 수조차 없었던 상황"이라며 "도대체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공개된 국정조사 기관보고 자리에서 도대체 무엇을 '도촬'할 수 있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도 꼬집었다.
해당 촬영이 '불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3년동안 국회법 제149조 2의 1항과 국회규칙 제4조 2항을 준수하며 행정실을 통해 위원장의 허가를 얻어 제 의정활동을 촬영하고 녹화해왔다"라며 "이번 국정조사를 시작하면서도 통상적인 방식으로 행정실 직원에게 저의 의정활동을 기록하는 보좌진의 인적사항을 안내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조수진 의원이 '용혜인 의원이 또 무슨 일을 지시한 것이냐'라는 취지로 항의한 데 대해서도 "제 눈과 제 귀가 똑똑히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 말이 부끄러우셨다면 유가족에게 사과하시는 것이 맞다"라고 날을 세웠다. "제가 들었던 상황에 대해서 어디에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공표할 자유가 있지 않겠느냐?"라고도 부연했다.
또한 "조수진 의원은 본인의 참담한 망언을 어떻게든 숨기고 싶었던 것이고, 또 국민의힘 위원들도 더 이상 국정조사를 지속하지 않을 명분이 필요했었던 것 말고는 지금 이 사태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하루 빨리 복귀하시라"라고 요구했다. "백번만번 양보해 오늘 제 의정활동을 촬영한 모든 영상 삭제하겠다"라며 "그러니 복귀하시라.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라고도 따져 물었다.
민주당 "깊은 유감... 국민의힘, 즉각 회의장으로 복귀하라"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일동은 국민의힘 위원들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위원 간의 갈등으로 인해 12월 29일 제2차 기관보고 전체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어 "민주당 특위 위원들은 회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중재했으나 국민의힘과 기본소득당 위원 간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라며 "양당의 입장이 다른 것은 이해하나 어렵게 열린 국정조사 기관보고가 파행으로 흘러가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정조사를 파행시키거나 지연시킬 의도가 있는게 아니라면 앞으로 전체회의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즉각 회의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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