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양적 성장에 매달리는 한국 관광정책
손민호의 레저터치
윤석열 정부의 관광 키워드는 두 가지다. ‘규제 완화’와 ‘K관광’. 규제 완화가 국정 전 분야에서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의 핵심 어젠더라면, K관광은 윤석열 정부의 관광 브랜드다. K관광은 K컬처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와 호감도를 한국 관광 수요로 전환하는 정책을 뜻한다.
K관광을 위해 ‘K팝 아이돌 출연 메가콘서트’ ‘K컬처 이벤트 100선’ ‘전 세계 50개 도시 K관광 로드쇼’ 같은 이벤트를 부지런히 열겠다’는 게 정부의 방안이다. 메가 이벤트는 한국방문의해 사업이다. 내년과 내후년이 한국방문의해 기간으로, 내년 예산만 100억 원이 들어간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5년 중에서 8년을 한국방문의해로 살게 됐다.
전 세계 한류 팬이 1억5660만 명이라니(2021년 한국국제교류재단), K컬처야말로 K관광의 킬러 콘텐트일 테다. 하나 K컬처가 우리나라 관광의 대표 콘텐트로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를테면 K컬처의 대명사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여행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관광 당국이 제작한 지도 한 장이 없다. 해외 아미도 방한할 때 국내 아미의 SNS 채널을 뒤진다.
아쉬운 건 정부가 발표한 목표다. 2027년까지 외래 방문객 3000만 명과 관광수출액 300억 달러 달성. 구호처럼 내지른 목표가 공허해 보일뿐더러,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반하는 목표여서 걱정스럽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단체관광보다 개별여행이 대세가 됐고 방문객 수보다 여행 비용이 더 중요해졌는데, 정부는 5년 안에 외래 방문객 최고 기록 1750만 명(2019년)의 171%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관광수출액 목표는 역대 최고액 207억 달러의 145% 증가에 그친다. 질적 성장보다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고, 옛날처럼 싸구려 패키지 장사를 하려는 것이냐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위스·캐나다·스페인 같은 관광 선진국은 더이상 방문객 숫자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래도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관광 친화적이라 할 수 있겠다. 문재인 정부가 금강산·백두산 개발이란 꿈만 꾸다 지나가 버려서다. 윤석열 정부는 관광산업이 ‘서비스산업 중 유일한 5대 수출산업’이란 팩트부터 인정하고 전략을 세웠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관광수출액 207억 달러를 달성해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자동차부품 산업 다음으로 수출액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에 ‘관광은 5대 산업’이란 인식이 분명하다는 건 확인했다.
손민호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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