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확신의 목소리, 카코포니 #2주의뮤지션

성채은 2022. 12. 30.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피어난 카코포니의 음악

Q : 2018년에 어머니의 죽음을 기리는 〈화和〉를 발매하며 데뷔했다. 약 4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 어떤 점에서 음악적으로 성장했다고 느껴지는지

A : 1집은 음악적 지식도 없이 분출되는 감정을 그대로 실어 담은 음반이었다. 4년 동안 보컬 녹음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하고, 곡을 많이 만들어 보았던 경험들이 쌓여 받은 영감들을 빠르게 곡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믹싱까지 겸하게 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카코포니의 프로필

Q :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머니가 생전 “왜 이렇게 살았지”라고 내뱉은 후회에 충격을 받아 음악을 시작했다고. 새로운 출발 앞에서 망설이지는 않았나

A : 고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을 마무리하고 일주일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만들었다. 식사도 하지 않고, 밤을 새우면서 만든 앨범이 〈화和〉였다. 이 앨범을 엄마 생일에 내야겠다는 생각 이외의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해야만 하는 성격이어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뤄내고자 한다.

Q : ‘카코포니’는 불협화음, 불편한 소리라는 뜻이라고. 이름이 없는 소리에 ‘불협화음’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존재하는 소리가 된다는 것에서 비롯했다. 카코포니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소리는

A :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사운드 적으로 중요시하는 건 앨범마다 메시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모두 다르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예술에 대한 기준은 기술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의 조화. 이 두 개가 잘 갖춰져야 아름다운 곡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이나 곡 중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잘 담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A : 지금의 내 마음 상태와 가장 가까운 건 〈Reborn〉. 음악적 고민이 많이 담긴 앨범이었고 앞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지게 될 것인지 포부를 담아냈다. 특히 ‘계속’이라는 수록곡을 힘내려고 할 때 많이 듣는다.

Q : 작곡과 작사, 프로듀싱은 물론, 뮤직비디오에도 감독으로 참여하거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등 많은 관여를 해왔다. 음악을 영상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A : 대학교 때 영상PD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한 편집 등이 가능해서 참여하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또한 음악적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과정이기에 음악을 작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작업하는 툴마저 비슷하다. 음악을 만든 당사자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 힘을 주고 어떤 부분에서 힘을 빼야 하는 지 잘 알다 보니 더욱 유리한 면도 있다.

Q : 영상을 작업할 때 이미지적으로 중요시하는 게 있다면

A :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연출적으로 의미 없는 장면들은 싫어한다. 씬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편이다. 비주얼 적으로는 바로바로 떠오르는 편은 아닌지라 주변의 친구들에게 곡을 들려주고 의견을 구한다. 협업하면서완성해 나갔다.

Q : 지난 11월 30일에 발매한 싱글 앨범 〈황홀한 실종〉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두 여성 사이의 로맨틱한 교감을 담아내기도 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작업기를 밝히기도 했는데, 표현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메시지는

A : ‘황홀한 실종’은 이전의 곡들과는 다르게 내가 주도하는 관계에 대해서 한번 노래를 해보고 싶었다. 보통은 뮤직비디오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든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제가 매혹적으로 보였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무언가를 홀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의도했다.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는 환상과 현실이 오가는 장면들이 반복되는데 이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런 느낌을 주고자 했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그래서 두 여성이 무슨 관계인 거지?’ 이러한 반응을 유도했다.

〈황홀한 실종〉 커버 이미지

Q : ‘사랑을 줘, 사랑을 더’같이 반복되는 가사와 관능적인 목소리가 어우러진 싱글 곡 ‘황홀한 실종’은 노래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멜로디를 한 번에 녹음해 탄생하게 되었다고. 본래 즉흥적인 성격일까

A : 완전한 계획형이다. 그래야만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곡은 굉장히 빨리 만들고 즉흥적으로 쓴다. 지금 준비 중인 EP 앨범도 일주일 만에 다 썼다. 단점이라면 곡의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 지금은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게끔 대중성을 가미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황홀한 실종' 공연 사진

Q : 지난 11월 25일에 CJ 아지트 광흥창에서 있었던 단독공연 ‘황홀한 실종’에서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A : 과거의 공연에서는 감정적으로 벅차올라서인지 사람들이 다 울었다. 공연이 슬픈 색채로 물드는 게 좋지만은 않았다. 이번에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곡 설명이나 멘트를 줄여가면서, 멘트를 할 때도 재미있게 유도를 했고, 의상에도 변화를 많이 줬다. 내 음악 중 ‘kk’라는 곡이 있는데 ‘피, 진통, 숨, 고통’과 같이 힘든 가사의 곡이 공연 현장에서 ‘떼창’을 하면서 신나는 곡으로 변했다.

Q : ‘한계를 뛰어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와 ‘무대를 위한 모든 과정을 즐기자’라는 제목의 브이로그 영상에서 카코포니의 긍정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두려움과 불안함 앞에서 취하고자 하는 태도가 있다면

A : 매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한다. 실력은 매일 하다 보면 늘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에. 이 과정이 폴댄스를 배우면서 습득됐다. 못해도 매일 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걸 몸소 체험했으니까.

Q : EP 〈Reborn〉 중 ‘두 개의 달’과 ‘사랑의 바다’는 폭력적인 세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달아나기로 선택한 이들의 삶을 응원하는 곡이다. 통념을 벗어난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A : 시대를 넘어서 오래 남아있는 곡들은 통념을 벗어난 주제의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명반이라고 불리는 앨범은 그러한 음악이었고, 나도 명반을 만드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감명을 주고 싶다.

Q : 지키고자 하는 나만의 음악적 신념이 있다면

A : 솔직한 음악을 하는 것.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외면해야 하는 절망이나 슬픔이라는 감정을 솔직하게 분출해내고자 한다. 그리고 절망과 슬픔을 솔직하게 전달함으로써 어두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전하고 싶었다.

Q : 2022년이 저물었다. 새해 목표가 있다면

A : 새해 목표는 EP 앨범 발매를 잘 하기! 지금은 새로 나올 EP 앨범의 작업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어서 시간을 통째로 쏟아붓고 있다. 다른 작업자들에게도 하루빨리EP 앨범을 들려줘서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 나만 몰두하고 있는 세계에 다 같이 뛰어들어서 비주얼적인 작업 등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카코포니의 추천곡
도마 – 화양연화

쓰다 - 나의 그림자를 안아 주세요

17 Peri - a Saint for the Weirdos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