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얼마나 뜨거웠을까"…방음터널 참사 세모녀 오열
“얼마나 뜨거웠을까, 그 다 녹아내리는 차 안에서…”
29일 경기 과천시 방음터널 화재 희생자들이 몰린 평촌 한림대병원 응급실 앞은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오후 6시 35분쯤 이 병원엔 터널 안 차량 4대에서 발견된 사망자 5명의 시신이 이송됐다. 앞서 오후 3시 30분쯤엔 중상자 2명이 실려왔다.
사망한 전모(66)씨의 아내와 딸은 오후 8시 56분 병원에 도착해 울음을 삼키며 “어디로 가야 하냐”고 잰걸음을 옮겼다. 미리 도착해있던 다른 딸과 상봉한 뒤, 세 모녀는 부둥켜안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빠가 아닐 거다”라며 오열했다. 유족들은 “시신이 훼손돼 DNA 감식 결과가 내일이나 모레에나 나온다더라”며 “진짜 차량번호가 8XXX가 맞냐”고 재차 확인했다.
전씨의 아내는 동생 등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OO아, 형부가 죽었어”, “얼마나 뜨거웠을까”라며 한참을 통곡했다. 이어 기자에게 “저희는 억울해서 어떡하냐. 누구한테 뭐라 하나, (처음 화재가 시작된) 트럭 기사 잘못이냐”며 흐느꼈다.
전씨와 40년 지기라는 전모(67)씨는 “친구는 운전 기사였다”며 “마지막에 모시는 사모님께 ‘터널 속에서 연기를 마시고 있다’며 전화했다더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가 택시를 운전하고 싶어했다”며 “내가 개인택시 번호판 산 거 엄청 부러워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오후 8시 42분쯤엔 중상을 입은 생존자 조남석(59·인천광역시)씨의 누나와 그 가족들이 “지구대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황급히 병원을 찾았다. 조씨의 누나는 동생의 안부를 확인하기 전 “대체 어떻게 된 거냐”며 응급실 앞에서 연신 한숨을 쉬며 가슴 쳤다. 그는 “X발놈의 나라, 툭 하면…어떻게 된 건지 말라죽겠다”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오후 9시 10분쯤 응급실에서 나와 가족들을 만난 조씨는 기자에게 “차는 다 녹았고 차 문을 열고 나오니 빵 터지는 소리가 났다”, “같이 있던 다른 형님은 못 나오고 나만 나왔다”며 말끝을 흐렸다.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조씨의 손등은 심한 화상을 입은 채였고, 왼쪽 귓바퀴는 그슬려 녹아있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사망자 5명, 중상자 3명, 경상자 34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수사부장과 자치부장을 공동본부장으로 하는 50여명의 수사본부를 꾸리고 화재 경위와 피해자 신원 등을 조사 중이다. 일부 사망자의 시신은 훼손 상태가 심해 경찰은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양=김정민·손성배·김홍범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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