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式 규모의 경제…문제없나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2. 12. 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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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걷고 흑자 전망…‘수익성 확대’ 과제

2022년 8월 3일. 박재욱 쏘카 대표가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 자리에 섰다. 그는 2분기 실적을 근거로 연간 흑자를 자신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의문 부호가 나왔다. 2분기 연결 재무제표는 흑자였지만 이는 종속 기업(에스카·나인투원·모두컴퍼니) 호실적 덕분이었다. 자체 카셰어링 사업은 적자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규모의 경제’ 이론을 근거로 카셰어링 사업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차량 유지비 등 영업비용이 큰 카셰어링 사업 특성상 흑자전환은 어렵지 않겠냐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쏘카는 부정적 평가들을 뒤집었다. 2022년 3분기 카셰어링 사업이 대박을 쳤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8억원. 연간 흑자도 가능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쏘카를 향한 달라진 시선들이 감지된다. 첫 매수 리포트까지 나왔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쏘카는 2만여대 자차를 보유한 만큼, 가동률 상승과 함께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인 박재욱 쏘카 대표가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22’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격적 투자로 이뤄낸 규모의 경제

경쟁사 점유율 격차, 2배 이상 확대

쏘카는 2012년 제주도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유 차량 수는 100여대 정도였다. 현재 보유 차량 수는 2만여대. 10년 새 1만9900% 증가했다. 투자 유치에 성공해 비용을 확보하는 족족 차량 확보에 쓴 결과다. 2022년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21년 말 기준 쏘카 차량 렌털 자산 규모는 1053억원. 2022년 9월 말 기준 차량 렌털 자산 규모는 2063억원에 달한다. 9개월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차량 규모를 늘리자 점유율이 따라왔다. 쏘카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쏘카 점유율은 69.5%. 2022년 9월 말 기준 점유율은 77.8%다. 8.3%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요 경쟁사 그린카 점유율은 23.9%에서 19.2%로 4.7%포인트 떨어졌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 자료를 봐도 추이는 비슷하다. 11월 쏘카와 그린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각각 65만6468명, 33만6841명이다. 하지만 2022년 10월 각각 69만1438명, 그린카 28만959명을 기록했다. 쏘카는 늘고 그린카는 줄었다. MAU 격차는 31만9627명에서 41만479명으로 벌어졌다.

점유율 확대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22년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쏘카의 누적 매출은 2605억원. 2021년 3분기(1987억원)와 비교하면 600억원 이상 늘었다. 쏘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큼 외형을 키웠다고 자평한다.

박재욱 대표는 “카셰어링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2022년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18억원이다. 4분기 대규모 적자만 기록하지 않는다면, 카셰어링 사업 연간 흑자도 가능하다.

쏘카식 규모의 경제 향한 의문

변동성 큰 차량 관리 비용 어쩌나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을 그리기도 힘들다. 규모의 경제 이론 핵심은 ‘생산물 단위당 고정비용 감소’다. 제조업으로 따지면 공장 부지 임차료, 감가상각비 등이 고정비용이다. 생산 물량과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다. 생산 물량이 늘수록 단위당 고정비용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고정비가 1000만원, 생산 물량이 10개일 때 단위당 고정비는 100만원이다. 하지만 생산 물량이 100개가 되면 고정비는 10만원으로 줄어든다.

쏘카의 생산물은 차량 서비스다. 문제는 서비스 운영 비용 중 고정비로 볼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쏘카 서비스 운영 비용 대부분은 차량 유지비, 보험료가 차지한다. 이는 차량 규모가 확대되고, 서비스가 활발해질수록 비용 지출도 커지는 구조다. 2022년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차량 유지비와 보험료는 각각 896억원, 331억원이다. 2021년 3분기보다 각각 17.5%, 26.8% 증가했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차량 규모 확대는 마이너스 요소다. 쏘카는 차량을 할부 형태로 구매한다. 차량 규모를 키울수록 할부금이 쌓이는 구조다. 2022년 3분기 차량 렌털 자산 명목으로 빠져나간 현금만 1317억원에 달한다. 2021년 같은 기간(745억원)의 2배 수준이다. 쏘카가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77억원 적자인 이유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적자라는 건 기업의 영업만 놓고 봤을 때 현금이 순유출됐다는 의미다. 박 대표가 말한 이론적인 ‘규모의 경제’를 믿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량 규모 확대보다 ‘가동률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쏘카의 2022년 3분기 기준 차량 가동률은 36.5%. 24시간 중 돈 버는 시간은 약 9시간 정도라는 의미다. 2021년(36.9%)보다 0.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일부 우려에도 쏘카는 차량 규모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쏘카는 최근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기차,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레저용 차량(RV) 신차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남궁호 쏘카 사업본부장은 “고객이 서비스 이용 목적과 선호도에 맞춰 최적의 차량과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업에 관심 갖는 쏘카

조달 자금 중 60% M&A에 쏜다

업계에서는 쏘카가 카셰어링 사업을 ‘유저 록인(Lock-in)’ 차원으로 바라볼 뿐, 수익은 다른 모빌리티 사업에서 창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쏘카의 인수합병(M&A)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쏘카는 상장 과정에서 공모를 통해 1000억원을 순조달했다. 이 중 600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이라고 명시했다. 조달 자금 대부분을 지분 투자, M&A에 쓴다는 의미다.

쏘카는 상장 절차를 밟을 때도 이를 강조했다. 2022년 8월 발표한 투자설명서에는 “유입 자금을 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유관 업체에 대한 공격적인 M&A, 지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벤처 투자를 별도 사업 부문으로 키울 의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쏘카는 M&A로 재미를 본 기업 중 하나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8억원이지만, 종속 기업 실적을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5억원에 달한다. 쏘카는 일레클 운영사 나인투원, 모두의주차장 운영사 모두컴퍼니 등을 종속 기업으로 두고 있다.

쏘카는 주요 종속 기업들이 운영하는 모바일 앱을 빠른 시일 내 쏘카 앱에 편입할 방침이다. 쏘카가 말하는 이른바 ‘슈퍼앱’으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이다. 박 대표는 “카셰어링과 전기 자전거, 주차 플랫폼, KTX, 숙박을 하나의 앱에서 모두 예약할 수 있는 슈퍼앱을 출시하겠다”며 “슈퍼앱 출시 이후 쏘카와 자회사 간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0호·신년호 (2022.12.28~2023.0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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