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제도 대폭 수정하며 허수 청약 방지···논란의 금투세는 ‘2년 유예’ 극적 합의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2. 12. 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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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달라지는 것 (2) 주식·금융

2023년 주식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기업공개(IPO) 제도다. 금융당국이 IPO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대폭 뜯어고쳤다. 공모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주식의 적정 가치를 조기에 분석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당국은 우선 허수 청약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식
당국, IPO 건전성 제고 방안 발표

증권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비판

금융위원회는 2022년 12월 18일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바뀌는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기관 수요예측 관행이 대폭 수정된다. 기존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수요 조사가 금지됐다. 하지만 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관사가 공모가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평가하도록 사전 수요 조사를 허용할 계획이다. 관행적으로 2일간 진행되던 기관 수요예측 기간도 최대 7일까지 연장된다. 공모가 범위 내에서 적정 공모가가 정해지도록 하려는 취지다. 당국은 중장기적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전 공모주 일부를 미리 청약하는 ‘코너스톤 제도’ 도입까지 연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수요예측 전에 특정 적격 투자자는 일부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허수 청약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그동안 청약 단계에서 원하는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실제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을 신청하는 허수성 청약이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부터 주관사는 허수 청약을 하는 기관의 주금 납입 능력을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능력에 따라 수요예측 참여 기관에 배정할 물량을 정한다. 주관사의 관리가 부실할 경우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당국은 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주관사에 대해 최대 업무 정지까지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허수 청약을 한 기관에 대해서는 배정 물량을 대폭 축소하고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는 등 페널티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기재하지 않은 기관은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증권사는 기관이 확약한 의무 보유 기간에 따라 물량을 차등 배정하게 된다. 의무 보유 기간이 종료된 후 기관이 일시에 공모주를 대량으로 매도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공모주의 주가 안정을 꾀한다는 의도다. 또 공모주의 균형 가격을 신속히 찾을 수 있도록 상장 당일 주가 변동폭이 확대된다. 기존에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63~260%까지 주가가 변동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60~400%까지 주가 변동이 가능해졌다. 당국은 만약 기관이 공모주에 대해 의무 보유 확약을 하지 않을 경우 매도 내역을 살필 계획이다. 이를 향후 공모주 물량 배정에 반영해 단기 차익 거래를 방지한다는 목적이다.

금융위는 이번에 발표한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통해 올해부터 적정 공모가가 산정되고 실제 수요와 납부 능력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은 실제 미래 가치에 따라 적정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고 우량 기업의 경우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관 투자자는 실제 수요와 납입 능력에 따라 공정한 거래 기회를 제공받고 안정적인 장기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관사는 공모주 수요와 적정 가격, 청약 투자자들의 주금 납입 능력을 자율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차별화된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기대되는 효과는 크지 않고 증권사에 책임만 떠넘겼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현재도 상당수 증권사가 희망 공모가를 결정하기 전에 비공식적으로 기관 투자자의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며 “코너스톤 제도가 함께 도입되지 않으면 사전 수요 조사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관사가 기관의 주금 납입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업무 정지까지 처벌을 내린다는 것은 위험하고 과격한 발상”이라며 “각 기관이 제출하는 서류에 고의나 실수로 잘못된 사항이 기재되더라도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주식 호가 단위 촘촘해져

연금계좌 세액 공제 한도 확대·단순화

주식 호가 단위도 2023년부터 변경된다. 기존 코스피 시장에서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의 호가 단위는 1원, 1000~5000원은 5원, 5000~1만원은 10원, 1만~5만원은 50원, 5만~10만원은 500원, 50만원 이상은 1000원이었다. 올해부터는 2000원 미만은 1원, 2000~5000원은 5원, 5000~2만원은 10원, 2만~5만원은 50원, 5만~20만원은 100원, 20만~50만원은 500원, 50만원 이상은 1000원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주가가 1만9000원이라면 지난해까지는 매수 주문을 낼 때 1만8950원, 1만9000원, 1만9050원 등 50원 단위로 주문가가 높아졌다. 올해는 호가 단위가 바뀌면서 1만8990원, 1만9000원, 1만9010원 등 10원 단위로 주문가를 설정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호가 단위가 촘촘해지면 투자자에게는 대체로 이점이 많다. 예를 들어 주가가 5만원인 종목을 기존에 매수하려면 5만원 또는 5만500원의 가격을 써내야 했다. 호가 단위가 촘촘해지면서 5만원이나 5만100원의 호가를 내면 된다. 이 경우 호가 가격 단위가 500원일 때보다 400원을 아낄 수 있다. 매도하는 입장에서도 4만9500원이 아닌 4만9900원의 호가를 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호가 단위가 바뀌는 구간을 이용해 초단기 투자를 하는 경우 수익률이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단위 호가가 10원에서 50원으로 바뀌는 1만원에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르면 1만50원에 팔 수 있었다. 반면 주가가 떨어지면 9990원에 팔 수 있었다. 손해는 0.1%지만 수익은 0.5%를 낼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호가 단위가 5배로 뛰는 구간이 2만원이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익을 내기 위해서는 2만원짜리 주식을 사야 한다. 가격이 두 배 높아지는 만큼 수익률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올해부터는 가업 승계와 관련된 대상과 혜택도 대폭 확대된다. 기존에는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이 가업 승계와 관련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대상 중견기업의 기준을 ‘매출액 1조원 미만’까지 확대했다. 가업 승계에 대한 사후관리도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또 가업 상속 공제나 증여세 특례에 따른 공제 대신 상속세 또는 증여세 납부 유예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연금계좌(연금저축·IRP)의 세액 공제 한도는 확대되고 단순해진다. 기존에는 연금계좌 종류, 소득, 나이에 따라 세액 공제 한도가 달랐다. 올해부터는 나이와 소득에 따른 공제 금액 차이를 없애고 50세 이상에만 적용하던 추가 공제 혜택을 전체 가입자로 확대했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1년에 최대 600만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IRP(개인형퇴직연금)를 합산하면 최대 900만원으로 늘어난다.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 공제가 가능했던 기존 제도보다 200만원가량 확대됐다.

논란이 일던 금융투자소득세는 2년 유예가 확정됐다. 금투세는 주식을 비롯한 금융 투자로 5000만원이 넘는 양도 차익을 내면, 2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것이 골자다. 3억원 이상의 양도 차익이 발생하면 25%로 늘어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할 경우 최대 27.5%까지 세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며 ‘낙선 운동’까지 이야기하자 올해 1월 1일부터 금투세 시행을 밀어붙이던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이 주장한 2년 유예안을 결국 받아들였다. 다만 폐지가 아닌 유예인 만큼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할 때는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0호·신년호 (2022.12.28~2023.0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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