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5분 25초 노림수에도... 민주당은 왜 '방탄' 택했나

박소희 2022. 12.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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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유례없는 '도발'... "향후 이재명 처리 문제가 핵심"

[박소희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알리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2022.12.28
ⓒ 연합뉴스
 
[기사 수정 : 30일 오전 11시 40분] 
12월 28일 오후 6시 13분, 법무부는 출입기자들에게 이렇게 공지했다.
 
ㅇ 국회의원 노웅래 체포동의안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 관련입니다.

ㅇ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자료로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국회법 제93조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당연한 임무입니다. (법무부장관으로서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있지만, 검찰보고사무규칙상의 사건보고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고, 특히, 국회에 장관이 직접 설명을 해야하는 이 건은 더욱 자세히 보고를 받아야 할 사안임)

추미애·박범계의 1분 13초, 한동훈의 5분 25초

법무부는 "당연한 임무"라고 했지만, 이날 한동훈 장관의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은 너무나 이례적이었다. 국회 영상회의록에 따르면 2020년 10월 29일 추미애 당시 장관이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한 시간은 1분 13초였다. 후임 박범계 장관이 2021년 4월 21일 이상직 무소속 의원 건과 9월 29일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 건을 설명할 때에도 각각 1분 15초, 1분 13초가 걸렸다. 

반면 한동훈 장관의 28일 발언 시간은 5분 25초에 달했다. 수위도 남달랐다. 그는 "이 사안에서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녹음파일이 있다"며 "돈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여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 다수를 직접 담당해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되어 있는 사건은 본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결과는 가101표, 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이었다(관련 기사 : 
검사인가, 장관인가... 본회의장서 노웅래 혐의 상세히 읊은 한동훈 http://omn.kr/225fe). 

본회의 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한 장관의 설명이) 표심에 영향이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안에서도 부정적, 소극적 의견이 있었는데 결과를 보면 예상보다 높은 부결 표가 나온 것은 국민의힘이나 다른 의원들이 (던진 표가) 있을 수 있다"며 "(한 장관 발언 중) '진영논리, 손익계산' 이런 표현은 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의원 입장에선 소신에 따라 투표해야 하는데 그런 표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았나 추측해본다"고 했다.
 
▲ 신상발언하는 노웅래 의원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노 의원이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A의원은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솔직히 기권을 고민했다"면서도 "그런데 어제 한 장관이 '부스럭 소리가 났다' 등 녹음파일 속 발언까지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 태도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 시작하고 나서 쭉 얘기해보니까 의원들이 아주 심각하게 느꼈다. 여당조차 '너무 나간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며 "한 장관이 부결을 유도한 측면이 있지만, 이러면 서로 상처입고 본격적으로 진흙탕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봤다.

B 의원 역시 "(한 장관의 도발에 당이) 말려들었다"면서도 "어제 그 장면은 '한동훈 국민의힘 총선 선대본부장 취임식'이었다"고 총평했다. 그는 "한 장관이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가' 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흔들리고, 국민의힘에서도 '부'가 제법 나왔다"며 "지금 그 태도를 보면 국회 전체를 대상으로, 그것도 내년에 공천 국면에 들어가면 검찰이 어디에 손댈지 보이지 않나. 여당 의원이라고들 모르겠는가"라고 했다.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으니) 우리가 대량 실점하긴 했다. 그런데 저쪽도 실점한 거다. 민주당이 한 4골 먹었다면, 여권은 2골 먹은 셈이다. (한 장관 태도가 달랐다면) 표가 그런 식으로 나가진 않았을 거다. 검찰 수사 계속 흘리고... 여기(국회) 있는 사람 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게 야당일 수도 있지만, 여당일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진흙탕 싸움... 여당도 '너무 나간다'더라"

C의원은 "한동훈 장관이 선전·선동한 것은 맞다"면서도 "애초에 노웅래 의원이 검찰 조사도 나갔고,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검찰이 (구속을 위해) 체포동의안까지 보낸 것은 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원들이 '민주당 지지율 3~4%P 떨어지겠구나' 각오하고 투표했다"며 "무죄추정이 원칙이고,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전부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행정부가 저렇게 오만하게 나온다면 삼권분립에 따라 입법부로서 견제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노웅래 방탄'이 '이재명 방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은 남아있다. A의원은 "우리도 기로에 섰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의심받거나, 민주당이 자기 편은 보호하고 저쪽만 공격한다고 비치면 어려워진다"며 "이제 그 싸움에 들어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D의원도 "결국 이재명 대표 문제(추후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가 핵심"이라며 "정치적 충돌 차원에서 봐야겠지만 사안이 뭐냐, 팩트가 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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