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9층 급습…잠옷 김봉현, 뛰어내리려다 잡히자 욕설"

검찰이 지난달 11일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던 라임사태 주범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29일 붙잡았다. 이로써 김씨의 도주극은 48일만에 막을 내렸다.

29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이날 오후 3시57분께 경기도 화성 동탄의 한 아파트를 덮쳐 김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김씨를 서울남부구치소에 즉시 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검거 당시 아파트에서 혼자 편안한 잠옷 차림으로 있었다고 한다. 김씨의 은신처에 관한 첩보를 입수한 수사관들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가자 김씨는 9층 아파트 베란다 창틀을 뛰어넘으려는 아찔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행히 수사관들이 바로 붙잡았지만 욕설을 퍼부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베란다 창틀을 통해 아래층으로 탈출하려했는지, 극단적 선택을 하려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김씨 휴대전화와 지갑도 바로 압수했다.

김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아파트 출입기록·폐쇄회로(CC)TV·진료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 50회에 걸친 압수수색을 벌이고, 도주 전 통화한 100명이 넘는 인물에 대한 통신내역을 전수 분석했다. 해양경찰청에 김씨 밀항에 대한 단속을 요청하는 등 각종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등으로 밀항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가 실제 밀항을 시도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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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보석 이후 치밀한 도주 계획

김씨는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주범으로, 2020년 5월과 8월 수원여객 자금 240억여원과 라임에서 투자받은 400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각각 기소됐다. 김씨는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해 7월20일 법원이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풀려났다.

검찰은 김씨가 2017년~2018년 광주 등에서 비상장주식을 판매하겠다며 피해자 350여명으로부터 9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추가로 적용해 올해 9월과 10월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청구하는 등 신병 확보에 노력했다. 김씨가 밀항을 계획하고 대포폰을 확보했다는 첩보를 근거로 대포폰에 대한 통신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김씨가 영장실질심사는 물론이고 현직 검사들에게 향응접대를 했다는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1심 선고에도 나오지 않아 김씨의 도주우려도 거듭 제기됐다. 그러나 법원이 영장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신병 확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검찰은 결국 지난 10월 26일 “김씨가 중국 밀항을 준비한다는 내부자 진술이 확인됐다”며 법원에 보석취소를 청구했다. 그러나 김씨는 법정 다툼을 벌이며 시간을 끌다가 지난달 11일 오후 1시2분께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 부근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 그 날은 김씨의 횡령 혐의 사건에 대한 구형이 예정된 결심일이었다. 법원은 뒤늦게 보석을 취소했지만 허사였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된 후 치밀한 도주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신병을 확보하려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무산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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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조카·누나 등 형법 규정 이용해 도주 도와

검찰은 검거전담팀을 꾸려 김씨의 행방을 쫓는 한편, 김씨 도주를 도운 김씨 조카와 누나 등 조력자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씨 친척과 측근들이 치밀한 도주계획을 세운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 조카는 처음에는 김씨를 차에 태우고 자택에서 여의도 소재 한 교회로 간 뒤 팔당대교로 이동했다가 다시 김씨를 여의도로 데려다줬다고 주장해 수사 혼선을 유도했다. 김씨 조카는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검찰에 추궁당하자 그제서야 “사실은 (김씨를) 팔당에서 내려줬다”고 실토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김씨 누나는 김씨가 도주한 이후 지인들과 연락을 나눌 수 있도록 조력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씨가 누나에게 메신저 ‘카카오톡’ 기능인 보이스톡이나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면, 누나가 다른 휴대전화로 김씨가 연락하려는 상대방에게 전화해 스피커폰으로 두 사람을 연결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범인도피 혐의로 처리하는 건 법률상 불가능했다. ‘친족 또는 동거가족이 범인을 은닉·도피하게 한 죄를 범할 땐 처벌하지 않는다(형법 151조 2항)’는 법규정이 있어서다.

검찰은 고심 끝에 김씨 조카를 우선 공용물건손상(형법 141조) 혐의를 적용해 구속하는 묘안을 짜냈다.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전자팔찌를 끊을 때 조력한 점을 근거로 공범으로 처리한 것이다. 또한 김씨 누나에 대해서는 여권무효화 조치와 함께 인터폴 적색수배를 진행했다. 아울러 김씨 애인과 측근 등 다른 도피 조력자도 찾아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라임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은신처와 휴대전화를 제공하는 등 도피를 도운 인물에 대한 추가 수사도 벌일 계획이다.

지난달 11시 경기 하남 팔당대교 인근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한 뒤 지명수배가 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지명수배 사진. 심석용 기자

박현준·하준호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