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될까, 오리알 전락할까…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막 올랐다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 사업권 입찰 경쟁이 시작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9일 인천공항 내 면세점 입찰 공고문을 냈다. 입찰에 부쳐진 면세점 사업권은 총 7개다. 일반 사업권 5개(63개 매장, 2만842㎡)와 중소·중견 사업권 2개(14개 매장, 3280㎡)다. 인천공항공사는 “1터미널 9개, 2터미널 6개 등 15개로 나눠진 사업권을 통합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황금알을 낳을지, 아니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사업권을 가져가면 향후 10년간 공항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라졌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기본 5년과 옵션 5년으로 운영하던 사업권을 기본 10년으로 설정했다”며 “면세점 경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세 구역도 정비했다. 사업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탑승동 및 제1여객터미널 내 매장 3300㎡를 축소했다. 반면 제2여객터미널 면세 매장은 1만208→1만3484㎡로 넓혔다. 제2여객터미널 핵심 지역인 동‧서측 출국장 전면에는 인천공항 최초로 복층형 면세점을 도입한다.
면세 업계가 꾸준히 요구한 임대료 산정 기준도 이번에 바뀌었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유지하던 고정 최소 보장액에서 여객당 임대료로 변경됐다. 내년부터는 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와 연동해 임대료를 책정하게 된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여객이 급감하자 임대료 산정 방식을 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여기에 시설 투자 조항도 축소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 사업 업황 부진을 고려해 계약 기간 동안 2회 시행하던 의무 시설 투자를 1회로 축소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임대료가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여객이 줄면서 적자 매장이 속출했다. 그동안 면세점 입찰도 3차례나 유찰됐다.
그럼에도 업계가 주목하는 건 입찰 결과에 따라 국내 면세점 순위도 바뀔 수 있어서다. 이번에 입찰에 부쳐진 면세점 사업권은 인천공항 내 전체 면세장의 71%에 해당한다. 현재 인천공항 내 면세점 1위 사업자는 신세계DF로 내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임대 기간이 끝난다.
업계는 임대료 산정 방식 변경 등을 반기고 있지만 입찰서 제안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는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오프라인 면세점 입찰 참여를 놓고 충분히 따져보는 모양새”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래 경영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업권 10년 보장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다만 향후 대규모 면세점 입찰이 없는 만큼 충분히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 면세업계는 사업권이 3개에서 2개로 줄어 출혈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중견 면세점, 임대료 감면 연장 요구
현 면세점 사업자의 임대료 감면 요구도 입찰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소중견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 등에 내년까지 임대료 감면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조성민 중소중견면세점연합회 회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한국공항공사는 매장 운영을 임시 중단하도록 하고 임대료도 전액 감면해 준 반면 인천공항은 매장을 열라고 강제했다”며 “임대료를 할인해 줬지만 공항 이용객이 없어 250여 명이던 직원을 20여 명으로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당장 내년 1월부터 기존 고정 임대료 정책으로 전환하면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면세 업계에선 업황에 직결되는 중국 노선 여객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만큼 임대료도 이에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발 여객은 코로나19 직전과 비교해 5.8% 수준에 불과하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면세점 운영이 정상궤도에 접어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임대료 감면 정책 등을 연장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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