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법’ 손 놓은 국회…30인미만 사업장 근로시간 대란, 건보료 국고지원 폐지 초읽기

위문희 2022. 12. 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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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종료되는 일몰법(日沒法)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여야 합의가 공염불이 됐다.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30인 미만 사업장)와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화물차 안전운임제 등의 법 규정 효력을 이틀 남겨둔 29일 여야 협상이 완전히 중단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올해 말 일몰되는 법안을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합의문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지원법 ▶근로기준법 등이 구체적으로 나열됐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의 ‘일괄 타결’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국가적인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협상의 관건은 화물차 안전운임제의 일몰연장이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나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기 위해 화물차주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2020년 1월부터 2년 간 시행된 제도다.

안전운임제 종료를 앞두고 국회엔 7건의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여야 논의는 평행선만 달렸다. 국민의힘은 일몰 연장 후 제도 개선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상시화와 품목 확대를 고집했다. 국회가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화물연대(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는 지난달 24일부터 16일 간 불법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번엔 양측 입장이 바뀌었다. 민주당은 ‘3년 일몰 연장’을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이 ‘제도 폐지’로 맞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 “저희는 안전운임제를 연장할 생각이 없다. 정부도 일몰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전운임제 연장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마음)’에 가로막혔다”고 맞섰다. 결국 28일 본회의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상정되지 못했다.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연말까지 허용되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제도 연장이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추가 연장근로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이해를 들어 2년 연장을 주장했지만, 민주당 환노위원들이 건강권 침해 등을 이유로 완강히 반대한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추진해 온 ‘노란봉투법’ 논의까지 맞물려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소위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두 법안 협상이 결렬되자,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제도는 제대로 된 협상조차 벌이지 못한 채 일몰될 운명에 처했다. 2007년 국민건강보험법에 한시 조항으로 생긴 뒤 4차례나 일몰 연장을 거듭했던 정부의 재정 지원 규정은 오는 31일 사라진다. 이 제도에 따른 건강보험 국고 지원금은 지난해에만 9조 5720억원에 달한다. 건강보험공단 노조 측에선 제도 일몰에 다른 직장가입자 건보료 인상 폭이 평균 17.6%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3대 일몰법 연장 무산에 대해 양당은 “내년 초에 일몰법안을 합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현장에선 아우성이다. 이미 중소기업중앙회 등 13개 중소기업단체는 지난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이 도래하면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최악의 경우 사업 존폐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30인 미만 제조업 가운데 91%가 이 제도를 활용 중이다.

건강보험공단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년도 예산안에 11조원에 가까운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이 편성됐지만, 해당 법 조항이 일몰되면 예산지원 자체가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6~8월에 다음 해 보험료 수가 산정을 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보험료 인상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무책임 정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학)는 “국민이 정책을 만들 권력을 주었다는 건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것인데, 정치권이 이를 간과하고 자신들의 정략에만 사로잡혀 본연의 임무를 내버렸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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