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시총 430조 증발...역대 5번째 부진한 성적표

강광우 2022. 12. 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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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한국거래소 부산본사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에서 참석자들이 폐장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44.05p(1.93%) 하락한 2236.4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전날 대비 13.08p(1.89%) 하락한 679.29로 장을 마쳤다. 사진 한국거래소

-24.89%와 430조원.

올해 코스피 수익률과 한 해 동안 사라진 코스피 시가총액이다. 산이 높았던 탓에 골이 깊었던 것일까.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던 코스피는 4년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그냥 약세가 아니었다. 치욕스러운 기록도 썼다.

올해 코스피는 전산화(1987년) 이후 역대 다섯 번째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1996년(-26.24%)·1997년(-42.21%) 아시아 외환위기 국면과 2000년(-50.92%) 닷컴 버블 붕괴, 2008년(-40.73%) 세계금융위기 이후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낙폭은 2008년(772.66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741.25포인트)로 컸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9일도 시장은 맥을 못췄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93% 떨어진 2236.40에 마감했다. 기다렸던 산타는 마지막 거래일에도 오지 않았다. 전날 2300선을 내준 코스피는 이날 낙폭을 키우며 2250선도 지키지 못했다. 미국 애플이 신저가를 경신하고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저금리 경제에 금리 인상 폭탄…줄기차게 미끄러진 코스피


코스피는 올해 그야말로 하락의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최고점이 1월 4일(2989.24)일 정도다. 한때 2100선도 위태로울 정도였다. 올해 코스피 최저점은 9월 30일의 2155.49이었다.

코스피의 저승사자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다. 긴축의 가속 페달을 급격하게 밝으며 저금리에 익숙해진 시장과 경제 참여자를 패닉으로 몰고 갔다. 지난 3월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 끌어올리자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시장이 충격에 빠진 건 횟수뿐만 아니라 보폭에도 이유가 있다. 지난 3월에만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았을 뿐, 0.5%포인트 인상(빅스텝) 두 번과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을 무려 네 번이나 단행했다. 올해 초 연 0~0.25%에서 시작한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까지 높아졌다.

2022년이 시작되기 직전 Fed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제시한 2022년 말 미국 기준금리가 연 0.75~1.0%였던 걸 복기해보면 시장 참여자가 충격을 받은 건 당연할 정도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에 따른 수퍼 달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증권가선 반성문도…"긴축 장기화 가능성 간과"


시장을 강타한 이런 충격은 지난해에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가 적어도 3300선, 높게는 3600선까지 치솟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지수의 자유낙하를 목격한 뒤에야 뒤늦게 눈높이를 낮췄다. 국내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의 등락 예상 범위를 2000∼2600대로 예상하고 있다.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소속 애널리스트들과 내놓은 ‘2022년 나의 실수’라는 반성 보고서에서 “올해 범한 가장 큰 실수는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중앙은행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생긴 유례 없는 과잉 부채 문제를 중시해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이라고 본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내년 전망을 묻는 말에 그는 “올해 주가는 악재들을 상당히 잘 반영하고 있어 올해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등락률 주요국 27개국 중 25위


치욕의 한 해를 보낸 2022년 말 기준 코스피 시총은 1767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6조원(19.8%) 쪼그라들었다. 시총 순위 변동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의 18.68%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켰고, LG에너지솔루션·삼성바이오로직스·SK하이닉스·LG화학이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위에서 4위로, NAVER가 3위에서 9위로 밀렸다.

시장 악화에 이른바 '동학 개미' 열풍도 사그라들었다.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9조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15조4000억원)보다 41.6% 줄었다.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도 62.9%에서 53.1%로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는 올 한해 16조6000억원을 순매수해 3년간 연속 매수세를 지속했지만, 그 규모는 지난해보다 74.7% 줄었다.

외국인(6조8000억원)과 기관(11조3000억원)은 3년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코스피 등락률은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27개국 중 25위에 그쳤다.

코스닥 시장의 성적표는 더 참담했다. 연초 1033.98로 거래를 시작한 코스닥은 679.29로 장을 마감했다. 1년 새 34.30% 하락한 것이다. 코스닥 시총은 315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31조원(29.3%) 감소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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