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메시는 GOAT 중 한명...만약 내가 음바페 막았다면?"
“많은 팬들이 생각하시는 것 만큼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분명히 얘기할 수 있고, 누군가는 역대 최고라고 꼽을 수 있게, 메시가 현대축구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JS파운데이션 재능학생 후원행사에서 만난 박지성(41) 이사장이 리오넬 메시(35)를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시절이던 2011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메시를 상대했고, 카타르월드컵 해설위원으로 메시가 아르헨티나 우승을 이끄는 걸 지켜봤다.
박 이사장은 “본인이 이뤄낼 수 있는 건 다 이뤄 놓은 상태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트로피를 결국 본인이 마지막이라고 얘기한 장소에서 들어 올렸다. 그 선수가 가졌을 부담감과 압박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그걸 만들어냈다는 건 대단한 선수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메시는 최근 아르헨티나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정치인을 포함해도 37% 지지로 1위에 올랐다.
메시는 상대해봤지만, 만약 카타르월드컵 결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고도 준우승에 그친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24)를 ‘산소탱크’ 박 이사장이 막았다면 어땠을까. 박 이사장은 “어…글쎄요. 일단 개인 기량 자체가 너무 뛰어난 선수다. 결국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과연 막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스피드와 기술을 갖고 있는 선수다. 경기 하기 힘들었을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메시 선수가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모르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긴 모습을 우리는 음바페를 통해 보게 될텐데, 과연 아직도 나이가 어린 이 선수가 어떠한 기록을 만들어나갈 것인지, 앞으로 펼칠 축구역사에서 어떤 기록을 남길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 승리로 끝난 역대급 결승전에 대해 박 이사장은 “전반전은 그렇게 평가 받을 수 있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후반에 모든 상황이 역전됐다. 제가 월드컵 결승전을 다 보지 못했지만, 제가 본 결승 중 가장 재미있는 경기였다. 그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결승전이었고 많은 팬들이 바라는 결과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장을 지냈던 박 이사장은 마스크 투혼을 펼친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의 중압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 이사장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 거기에 주장이라는 직책까지 맡았다. 몸 상태가 100%인 상황에서도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부상까지 안고 경기를 했다. 그 압박은 솔직히 저로서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손흥민 선수의 엄청난 활약을 기대했던 팬들 중 ‘거기에 부응했나’ 고개를 갸우뚱 거릴 분들도 계실텐데, 저는 (손흥민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있는 것 자체가 상대에게 압박을 주는지, 대표팀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주는지 보이지 않은 것들을 느꼈다. 결정적일 때 팀을 구해냈고 그걸 발판으로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손흥민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느낄 수 있는 월드컵이었다”고 했다. 손흥민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약 70m를 질주해 기적의 어시스트로 황희찬의 결승골을 도왔다.
해설위원으로 후배들의 16강행을 지켜본 박 이사장은 “너무나 대단한 일을 했다. 16강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선수들이 그간의 노력을 보답 받은 것 같아 저 역시도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어려운 시기에 많은 분들이 대표팀 활약으로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아 선배 입장으로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가장 기억 남는 장면에 대해 박 이사장은 “한국-포르투갈전이 끝나고 선수들이 운동장에 모여 (같은조) 가나-우루과이전 결과를 기다린 장면이다. 그 순간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한 상태였고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이 결정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분, 분위기, 감정들이 너무나 잘 느껴졌다”고 했다.
‘카타르월드컵의 한 순간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이라고 묻자 박 이사장은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초반에 빠른 실점을 당하면서 경기를 상당히 어렵게 끌고 왔다. 경기 영상을 돌려보면서 다시 경기한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너무 남는 것 같다. 조별리그 3경기를 너무 잘했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은 있지, 특별히 다른 시간을 돌릴 만한 부분은 그 경기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4강 신화를 쓴 2002년 대표팀과 2022년 대표팀이 가상 맞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이길까’라고 묻자 박 이사장은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스코어가 많이 날 것 같지는 않다. 당연히 전 2002 멤버기 때문에 2002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2002 대표팀이 이기지 않을까. 어렵게 간다면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20년 전 한국-포르투갈전처럼 후배들이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친 것에 대해 박 이사장은 “너무나 생생하게 그 때 상황들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 때 감정들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선수들에게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차기 사령탑으로 외국인 감독을 바라는 대표팀 선수들이 많다. 박 이사장은 “아무래도 선진축구 경험을 가지고 있고, 최신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이끌어 가는 게 유럽축구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영향들이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유럽과 남미 외국인 감독들이 자신의 철학을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에서 강점이 있지 않나 싶다”며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 역시도 비판 받았던 부분 중 하나가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는 부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고집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선수들이 외국인 감독을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한 것에 대해 박 이사장은 “두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아시아가 3팀(호주 포함)이나 16강에 진출하면서 아시아 수준이 올라왔다는 걸 보여준 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조금 더 유럽에 진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숫자를 일본과 비교해봤을 때 격차가 상당히 많이 난다. 일본의 좋은 경기력, 좋은 결과 바탕에는 분명 유럽에서 많은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게 가장 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일본은 유럽파가 26명 중 19명인 반면 한국은 8명이었다.
박 이사장은 “우리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해 경쟁력을 쌓고 능력을 끌어올린다면 우리 역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유럽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손흥민 선수, 김민재(나폴리) 선수도 있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모든 선수들이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야만 우리가 월드컵에서 높은 위치를 바라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K리그1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고 있다. 유럽 진출설이 나오는 소속팀 전북 공격수 조규성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유럽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결국 어떤 팀을 언제, 어떻게 가느냐가 가장 좋을 지다. 조규성 선수도 당연히 고민할 것이고, 저 역시도 전북 선수란 것을 제외하고 후배선수로서 어떠한 방향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장 이 선수가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며 “결과가 좋은 쪽으로 나서 결국 조규성 선수가 유럽으로 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시점이 언제인지, 어느 팀으로 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 결과는 기다리면 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지성 JS파운데이션 이사장은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따듯한 사랑의 나눔-제 11회 JS파운데이션 재능학생 후원행사’를 열고 초중고 학생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축구 뿐만 아니라 피겨유망주 유영 등까지 벌써 11회째 학생들의 꿈을 돕고 있는 박 이사장은 “어렸을 때 차범근상을 받았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 그 때 당시 축구선수로 꿈을 이루려고 했던 상황에서 상을 받아 동기부여가 많이 됐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옛날 생각이 나며 행복해진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 학생들이 아직까지 이 상을 받았을 때를 기억하며 ‘나 역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만 있다면 전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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