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에게 질타당한 용산구청…경찰 책임전가도 논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9일 국회에서 이틀째 이어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선 용산구청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이 지난 10월 29일 참사 당일 소방당국으로부터 압사 사고 내용을 전달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혹을 여야 의원 모두 집중 추궁했다.
박희영 구청장이 구속되고 유승재 부구청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탓에 질의는 주로 국장급 간부 등에게 이뤄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참사 당시 녹취록을 공개했다. 당시 서울소방방재센터에서 용산구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참사 발생 상황을 전하자 용산구 당직 직원이 “이태원 해밀톤 (호텔)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용 의원은 용산구청 관계자가 해당 녹취록에 대해 “저희는 그 시간에 소방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자 “구청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참사의 인지 시점을 24분이나 늦춰서 보고해 국회와 국민, 유가족을 다 속였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도 적극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권윤구 행정지원국장에게 “구청이 관리하는 시설물 문제로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구청에서 보험을 들어놓은 것이 있느냐”고 물었고, 권 국장이 “아직 확인을 안 해봤다”고 답하자 “대참사가 났는데 그것을 확인 안 하고 있느냐”며 추궁했다. 그러고는 “참사 장소에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할 계획도 의도도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 명백한 직무유기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수사를 강조하다가 이태원 현장에 경비 인력 배치가 부족했다’는 취지의 의혹 제기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이날 증인으로 참석하려다 코로나19로 불참한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대검에선 이날 신 부장 대신 김보성 마약조직범죄과장이 참석했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신 부장이 지난주 금요일에 코로나에 확진됐는데 국회에 어제(28일) 오전에 알렸다. 이것은 국정조사에 임하는 태도가 아니다”며 “청문회에 신 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마약 수사의 장은 (출석한) 마약조직범죄과장”이라며 “반부패강력부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 수사 총괄책임자로 (신 부장을 국회를 부르는 건) 공개 협박을 가하고 정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의 질의 때 김 과장은 “마약 수사 활동을 이태원 일대에서, 참사 당시 검찰이 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경찰 수뇌부 대신 일선 현장 경찰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교흥 의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본인의 형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서울청 상황실 직원, 정보과 직원, 용산경찰서장 등 하위 직급에 자꾸만 책임을 미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청장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그날(참사 당일) 아침까지도 ‘전날 대비가 잘됐고 그날도 잘 관리하겠다’는 SNS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제가 다른 인식을 갖기 힘들었다”고 항변했다. 이임재 전 서장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서울시 간부들이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서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논의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사고 직후인 10월 30일 새벽 김의승 부시장, 한제현 행정2부시장, 김태균 대변인 등 서울시 간부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화방에서 김 부 시장이 ‘재난대책본부를 만들었고 사고 발생 직후 가동되는 것으로 보도자료를 수정하라’고 지시하는 듯한 내용의 단체 대화방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왜 허위사실을 보도자료에 기재했느냐”고 물었다. 김의승 부시장은 “허위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시점은) 0시30분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참사 발생이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경인 만큼 30일 0시 30분은 ‘사고 발생 직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근 사진도 있는데…이기영 운전면허증 사진 공개된 이유 | 중앙일보
- "우리 아빠, 얼마나 뜨거웠을까"…방음터널 참사 세모녀 오열 | 중앙일보
- 쓰레기 도로 쏟아지자 "차 세워"…미화원 도운 男, 홍석천이었다 | 중앙일보
- '축구황제' 펠레, 암투병 중 별세…딸 "편안하게 쉬세요" | 중앙일보
- "영상 속 여자, 너지?"…아내 성인배우로 의심하는 의처증 남편 | 중앙일보
- 멀리 갈 필요 없다…해외에도 소문난 서울의 일출·일몰 명당 | 중앙일보
- "600만원 감기약 쓸어갔다"…명동 약국 털어가는 그들 정체 | 중앙일보
- 슬쩍 고친 법안, 與 뒤늦게 좌절했다…법사위장 내준 野빅픽처 | 중앙일보
- 두달만에 보증금 10억 토해냈다…반포 '갭투자' 영끌족 비명 | 중앙일보
- "中실험실서 코로나 유출" 외면받은 음모론, 외신 주목한 이유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