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의 신세계 열렸다"…학생 '커닝도우미'로 뜬 챗GPT 논란

박형수 2022. 12.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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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답변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과제와 퀴즈를 내는 것이 교수의 몫 아닌가요.”

최근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이용해 과제와 시험을 해결했다는 어느 미국 대학생의 항변이다. 챗GPT는 지난달 3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AI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새로운 언어모델. 출시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을 넘기고 전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챗GPT가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가 내준 과제를 해결하거나 시험 문제를 풀 때 챗GPT를 악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인공지능(AI)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인간의 질문에 기존 챗봇과 차원이 다른 수준 높은 답변을 내놓는 챗GPT가 교육 현장에서 ‘커닝 도우미’로 활용되면서 교사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표절의 신세계가 열렸다”며 챗GPT로 인한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와 전반적인 학습 능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GPT는 ‘생성적 사전학습 변환기(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란 뜻. 챗GPT는 기존 챗봇이 단순한 질문에 제한된 대답만 하던 것과 달리, 인간의 질문에 논리적이고 상세하게 답변하며 철학적인 심오한 대화나 유머 구사도 가능하다. “기이할 정도로 잘 작성된 인간적인 답변을 내놓는”(WP) 데 이어 학문적인 질문에 대해 ‘완벽하진 않지만 교사가 학생에게 기대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결과물’을 제시하는 능력자다.

오픈AI의 챗GPT 홈페이지 캡처


벌써부터 미국 학교 현장에선 학생들이 챗GPT을 이용해 에세이나 컴퓨터 코딩 과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택 수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시험 문제의 답안을 챗GPT를 활용해 작성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한다. 미국 명문 공립고 아이언데일의 영어 교사인 마라 코비는 WP에 “과제할 시간을 절약할 새롭고 화려한 방법이 나타냈는데, 10대들이 이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 기대하는 교사는 어리석다”고 말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한 대학생은 익명을 요구하면서 “이미 두 차례 챗GPT로 과제와 시험을 해결했다”고 WP에 전했다. 그는 컴퓨터 사이언스 수업의 시험에서 특정 용어의 정의를 기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자 곧바로 챗GPT에 입력했고, 도출된 답변을 답안지에 베껴 적어 제출했다. 또 같은 수업에서 컴퓨터 코드(명령어)를 작성하라는 과제가 나오자, 챗GPT를 통해 ‘완벽하게 작동하는 일련의 코드’를 얻어 제출했다. 그는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없다”면서 “앞으로도 시험을 치를 때 챗GPT를 사용할 생각이며, 이렇게 해도 교수가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챗GPT가 특히 글쓰기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슈아 윌슨 델러웨이대 교육학과 부교수는 “우리의 사고력은 글쓰기 과정을 통해 향상된다”며 “챗GPT는 과정을 생략한 채 완성품으로 점프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사고하는 방법을 완전히 잃어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챗GPT의 답변에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적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챗GPT가 ‘실험실에서 가운을 입은 여성’의 사진을 분석하면, 여성의 직업을 ‘연구원’이 아닌 ‘바닥 청소부’로 보는 식이다. WP는 “챗GPT가 잘못된 사회적 편견, 완전히 틀린 내용을 답변으로 제시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몇몇 소프트웨어 회사에선 챗GPT가 활용된 표절을 감지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교실에 모아 놓고 감시 하에 시험 문제나 과제를 해결하게 만드는 등 평가 방식 조정을 검토 중이다.

학생이 컴퓨터를 활용해 공부를 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일각에선 챗GPT가 교육 도구로 활용될 수 있고, 교육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슈아 아일러 미시시피주립대 부교수는 챗GPT를 계산기의 등장에 비유했다. 그는 “계산기의 등장이 수학 교육 방식을 바꾼 것처럼, 지금 글쓰기 교육도 변화의 순간에 놓였다”고 말했다. 교육컨설턴트인 마이클 펠드스타인은 “학생들을 제2 헤밍웨이로 키울 목적이 아니라면, 챗GPT는 학생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또다른 교육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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