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젊꼰(젊은 꼰대)’? 바로 윗선배가 불편한 이유 [별별심리]

전종보 기자 2022. 12. 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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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각 강요 등 꼰대 기질 있지만 인지 못해
강압적 말투 고치고, 다양성 무시하지 않는지 되돌아봐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OO씨 왜 그러는지 잘 알아, 나도 얼마 전까지 다 겪은 일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럴 때는….”

‘부장님 때문에 회사 생활이 힘들다’는 말은 옛말이다. 요즘 사회초년생을 힘들게 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1~2년 먼저 입사한 ‘바로 윗선배’라고 한다. 젊은 나이임에도 공감·조언을 빙자한 경험담과 명령을 늘어놓는 이들에게 ‘젊꼰(젊은 꼰대의 줄임말)’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젊은 직장인들은 바로 위 젊꼰 선배보다 나이 많은 꼰대 상사가 차라리 낫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그들조차 하나 둘 젊꼰이 돼 간다는 것이다.

◇“내가 다 이해해”… ‘늙꼰’보다 ‘젊꼰’이 더 힘든 젊은 세대

‘꼰대’는 권위적인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말로, 과거에는 주로 나이가 많은 직장 상사를 비롯한 50·60대 기성세대가 그 대상이 됐다. 반면 ‘젊꼰’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음에도 벌써부터 꼰대의 면모를 보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젊꼰이 등장하면서 기존에 꼰대라고 불리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늙꼰(늙은 꼰대의 줄임말)’이 됐다.

젊꼰의 말투나 행동은 흔히 말하는 꼰대와 비슷하다. “나도 해봐서 아는데”라며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하는가 하면, 편하게 의견을 말하라고 해놓고는 결국 자신의 생각대로 강요하고 명령한다. 대뜸 나이를 묻고 무시하듯 말하는 건 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자신이 젊꼰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늙꼰과 자신을 구분 지으려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후배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착각하기도 하며, “나는 정말 괜찮은데 윗분들이…”와 같이 기성세대를 방패막이로 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잔소리는 하고 싶지만 꼰대처럼 보이긴 싫기 때문이다. 많은 사회초년생이 늙꼰보다 젊꼰과 일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직장 생활 2년차인 박모씨는 “아버지뻘 되는 상사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오히려 젊은 사람을 불편해하거나 조심스러워하고 피하는 모습”이라며 “반면 바로 윗선배는 실제로는 나이도 사회생활 기간도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한참을 더 살아온 것처럼 이야기하고 심지어 사적인 부분까지 충고하려 든다”고 말했다.

◇인간 본능에 의한 ‘꼰대’ 기질… ‘필연적 변화’일 수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꼰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문제는 다짐을 지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시간이 지나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본능적으로 이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려 한다. 나이가 들어 존중·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강해지면 이 같은 성향 역시 더 강해진다. 그 모습이 아는 척, 이해하는 척으로 비춰지는 순간 꼰대 취급을 받는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지식·정보 전달에 대한 욕구가 강하면 무언가를 계속 가르치려 하고, 그렇지 못할 때 답답해하기도 한다”며 “한편으로는 지식을 뽐냄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표현 방식이 잘못된 정보 전달은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고 했다.

‘꼰대화(化)’를 오랜 직장 생활 과정에서 맞게 되는 필연적 변화로 보는 이들도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조직에 속한 순간부터 적응하고 변해가기 때문이다. 특히 수직적이고 개인·개성보다 집단·업무효율을 우선시하는 직장에 오래 몸담을수록 꼰대화되기 쉽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가치관에 따라 변하는 속도와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은 모두 변하기 마련”이라며 “또래보다 빨리 변하고 순응하면 젊은 꼰대가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직적인 사회 구조가 젊꼰을 만들고 있진 않은지 또한 생각해볼 문제다”고 했다.

◇소통·이해하려 노력해야… 일방적 편 가르기 도움 안 돼

젊꼰이 되고 싶지 않다면 계속해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보수적·폐쇄적으로 상대방을 대하거나 원리·원칙에 치우쳐 다양성을 무시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조언을 건넬 때는 명령조로 들리거나 강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정말 도움이 될지 따져보는 것이 좋다. 융통성·유연성을 갖고 의견을 받아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난 아직 괜찮아, 선배니까 그럴 수 있어’와 같은 합리화는 금물이다.

늘 그렇듯 갈등은 한쪽만의 노력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누군가 꼰대 또는 젊꼰이라고 생각되면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한 번쯤 이해하고 소통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구분 짓고 편 가르기만 하는 것은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쉽게 ‘꼰대’라고 규정짓고 있진 않은지 또한 생각해볼 문제다. 실제로 ‘과거보다 꼰대의 기준이 너무 낮아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꼰대들도 적지 않다. 임명호 교수는 “젊꼰은 어찌됐든 같은 시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이라며 “공통점을 찾다보면 기성세대에 비해서는 소통이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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