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투력 증대"…北무인기 부대 확대 가능성
김정은, '국방력 목표' 이어 '전투력' 주문
尹 '전쟁' 발언에 "北 오판 우려" 시선도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무인기 침범'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당 전원회의를 이어갔다. 전원회의는 북한 공산당의 중요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그동안 핵실험 등 중대 결정이 나왔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한 대응·보복 방침에 대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국방력 강화'를 주문,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내년에도 '북한 도발-한미 억제' 패턴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당분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공화국의 강화발전사에서 가장 중대하고 책임적인 시기"라며 "당 조직들의 전투력을 부단히 증대시키고 당사업을 보다 참신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선 2일차 회의에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 목표들을 제시하면서 '핵무력 강화'를 시사했다. 목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나온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을 추진해 나가는 연장선상으로 평가된다.
다만 북한은 노동신문과 같은 관영매체, 선전매체를 통해서도 '무인기 침범'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닐 동안 유효한 대응을 하지 못한 군 당국이 비판을 받는 상황은 북한에 '만족스러운' 결과지만, 이를 공식 인정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이 나올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해 1월 북한이 '무인기 부대'를 전략군 소속으로 신설·편제했다는 내용이 소식통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북한 전략군은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특수부대로, 그 예하에 무인기 부대를 만든다는 건 '공격용 무인기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인기 부대를 확대 개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이번 무인기 침범을 통해 남측에 혼란을 유발하기에 굉장히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 남한이 이를 쉽게 격추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향후 무인기 관련 기술 개발을 앞당기거나 무인기 부대를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尹 "압도적 전쟁"…경고 차원 vs. 오판 우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아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도발에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우리 자유를 침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확고한 응징과 보복만이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며 "우리가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억제'라는 원칙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 다만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하고 압도적 대응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북한을 향해 강도 높은 경고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억제라는 건 상당 부분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며 "문재인 정부 땐 '관여'하는 방식이었다면, 현 정부는 도발에 더 많은 응징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과격한 발언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표현으로 오판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센터장은 "전쟁에 항상 대비해야 하는 건 아주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압도적인 대응이나 전쟁을 언급한 건 상당히 위험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그 수준에 상응하는 비례적 대응이 아니라 압도적 대응을 언급하게 되면 상대방(북한)의 오판이나 휴전선에 있는 군인들의 과잉 충성을 유발해 자칫 잘못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국가 지도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다소 국내 정치적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北, 적대노선 유지할 듯…"대화 기대 어렵다"
북한이 연일 핵무력 강화를 시사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고강도 대응'으로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북한 도발-한미 억제'의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 시일 내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적대적 대미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최우선 전략 목표일 핵·미사일 고도화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화와 타협에 대한 의지가 낮고 미국은 양보의 필요성이 낮다"며 "양국이 물밑에서 의사를 타진할 유인은 충분하지만, 양국 간 공식적인 대화 재개나 비핵화 협상으로 연계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교수는 "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얼마나 공개할지가 관건"이라며 "다만 현재까지 진행된 전원회의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노선 변경에 없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노선에 변경이 없다는 건 2019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언급한 데 이어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나온 '대적투쟁' 표현은 김여정 당 부부장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때 선포한 것이기도 하다"며 "북한은 앞으로도 '자력갱생', '핵능력 강화', '장기전' 등 3가지 키워드를 밀고 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장기전은 경제력이 얼마나 뒷받침되는지가 관건"이라며 "북한의 경제난과 중국의 지원 등을 고려할 땐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이 부분은 지켜봐야 할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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