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물가 폭탄 맞았는데…에르도안 "225만명에 조기연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내년 6월 대선을 앞두고 연이은 ‘퍼주기 정책’을 펴고 있다. 28일(현지시간)에는 정년제한 요건을 폐지해 200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곧바로 은퇴할 수 있도록 했다. 조기 연금 수령자가 갑자기 늘면서 극심한 물가상승으로 신음하고 있는 튀르키예의 경제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르도안 "정년제한 폐지, 225만명 은퇴 가능"
현재 튀르키예의 연금 수급자는 1390만명이다. 새로운 제도로 225만명이 곧장 퇴직한다면, 연급 수급자는 약 1615만명이 된다. 전체 인구(8500만명)의 5분의 1 정도가 연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새로운 제도로 인한 비용이 얼마일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금 재정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튀르키예의 최저연금은 민간 부문 근로자는 2147리라(약 15만원), 자영업자는 1922리라(약 13만원), 공무원은 2705리라(약 18만원)였다. 최저연금으로만 따져보면 정년제한 폐지로 최소한 3000억~4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해진 셈이다.
퍼주기 선심 정책, 내년 대선 승부수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년 6월 18일 대선에 다시 출마할 예정이다. 승리하면 2028년까지 대통령직을 이어가게 된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역임한 그는 2014년 튀르키예 사상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 대선에서 당선됐고, 2018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2017년 개정된 헌법상 튀르키예는 5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중임 중 조기 대선을 하면 5년 추가 임기가 가능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조기 대선을 치러 또 이기면 이론적으로는 최장 2033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고 집권당은 주장한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1일 “내년 대선에서 마지막으로 지지를 부탁한다”며 다음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것을 시사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극심한 경제위기로 지지율 추락
이번 조사에서 현재 튀르키예에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응답자의 70% 가까이가 경제를 꼽았다. 튀르키예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으로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84.4%를 기록했다. 실제 물가상승률은 정부 통계보다 2배 이상 높다고 AFP는 전했다.
현 정부의 퍼주기 정책이 물가상승률을 더욱 끌어올려 경제를 계속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제이훈 엘긴 튀르키예 보아지치대 경제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런 경기 부양책의 효과는 3~4개월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재집권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정적의 정치생명을 끊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막강한 경쟁자로 꼽혔던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지난 14일 공무원 모욕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2년 7개월의 징역형과 정치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간 이런 방식으로 여러 차례 정적을 숙청하거나 재판에 넘겨 이번 판결에도 그가 배후에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상 속 여자, 너지?"…아내 성인배우로 의심하는 의처증 남편 | 중앙일보
- "600만원 감기약 쓸어갔다"…명동 약국 털어가는 그들 정체 | 중앙일보
- 다섯살 장애 아들 둔 엄마 "저도 잘 나가고 싶습니다" | 중앙일보
- 터무니없이 비싸도 완판…중국 부자들이 싹쓸어 가는 '꽌시 선물' 정체 | 중앙일보
- 비·김태희 집 15차례 찾아가 '띵동'…그 스토커 여기까지 쫓아갔다 | 중앙일보
- 한여름, 어느 의사의 고독사…친형은 외제차 타고 나타났다 | 중앙일보
- '도지코인 실제 모델' 시바견 무슨일…"굉장히 위독한 상태" | 중앙일보
- 손흥민도 제쳤다…올 유튜브 1위, MZ는 왜 '그 눈빛'에 빠졌나 | 중앙일보
- 코만 겨우 삐죽…푸들 생매장하고 돌 얹은 견주 현 상황 | 중앙일보
- "언니, 좋아하는데 왜 몰라줘요" 동성 성추행한 20대 여성 최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