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현실적인 판타지”…범죄오락극으로 돌아온 ‘젠틀맨’ 주지훈

남수현 2022. 12. 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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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이 흥신소 사장을 연기한 영화 '젠틀맨'은 힘 없는 자들이 불법, 합법 가리지 않고 거대한 권력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범죄 오락물이다. 28일 개봉. 사진 콘텐츠웨이브


“판타지 같은 이야기지만,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톤으로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캐릭터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촌이나 옆집 아저씨, 아는 형처럼 살아있는 캐릭터로 구축하고자 했죠.”

현실적인 판타지. 모순적인 표현이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분명 판타지인데도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어쩌면 현실이 판타지를 닮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명백한 허구를 더 믿게 되는지도 모른다. 올 연말 극장에 걸리는 유일한 범죄오락 영화 ‘젠틀맨’(28일 개봉)은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잡는’ 현실적인 허구를 통해 쾌감을 선사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 주지훈은 캐릭터의 배에 왕(王)자 근육을 새길지 말지까지 고민하는 세심함으로 영화의 한 가운데서 무게중심을 잡았다.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 영화는 허술하고 힘없는 자들이 거대한 힘에 맞서 이기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판타지적”이라며 “그럼에도 땅에 붙은 이야기로 느껴지게 하기 위해 리얼한 톤 앤 매너를 가져가려 했다”고 말했다.


‘흥신소 사장’ 연기한 주지훈…“‘젠틀맨’은 본 적 없던 영화”


신예 김경원 감독이 연출한 ‘젠틀맨’은 불법, 합법을 가리지 않고 의뢰받은 사건을 100% 처리하는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가 우연히 검사로 오해 받으면서 시작된다. 의뢰인이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기 위해 방문한 현장에서 납치 사건 용의자로 몰린 현수는 호송 도중 차량이 전복된 틈을 타 검사 행세를 하게 된다. 누명을 벗기 위해 납치 사건 진범을 찾아야 하는 현수는 진짜 검사 김화진(최성은)의 등장에 긴장하지만, 납치 사건의 배후에 부패한 검사 출신 재벌 권도훈(박성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화진은 기꺼이 현수와 손을 잡는다.
영화는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가 우연히 검사로 오해 받고, 진짜 검사 김화진(최성은)과 공조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진 콘텐츠웨이브


진짜 검사와 가짜 검사의 아슬아슬한 공조 수사극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몇 번의 반전을 거듭하며 거대한 악을 처단하는 통쾌한 케이퍼 무비로 완성된다. 진지한 범죄물과 유쾌한 코미디를 오가는 영화의 톤은 익숙한 듯 낯설고 진부한 듯 신선한데, 주지훈은 “리얼 톤과 판타지를 섞으려고 감독님이 노력하셨다는 게 대본에서부터 느껴졌다”고 돌이켰다.

“100%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제가 볼 때 이 영화는 레퍼런스(가 되는 비슷한 영화)가 없어요. 보통 ‘케이퍼 무비’, ‘범죄 오락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게 아니라, 이야기는 판타지인데 리얼한 톤을 갖고 가려는 게 글에서 보여서 마음에 들었어요. ‘내가 본 게 맞나?’ 하는 생각을 갖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설명을 들으니 그렇게 의도하셨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어요.”

콘티 회의 등 프리 프로덕션 작업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그는 영화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작은 디테일까지도 직접 챙겼다. 멀끔한 검사 흉내를 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흥신소 사장인 캐릭터의 특성을 외형적으로도 보여주고자 운동을 하면서도 왕(王)자가 뚜렷한 복근은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는 식이었다. “검사 행세를 하면서 정장을 차려 입는 것 정도는 그럴듯하지만, 갑자기 이마를 깐 헤어 스타일을 하는 건 너무 튈 것 같았어요. 현실적인 톤에 맞게 메이크업을 안 하기도 했어요. 이런 디테일이 쌓여서 의도한 바가 관객에게도 느껴지길 바라죠.”

'젠틀맨'에서 흥신소 사장을 연기한 주지훈은 "이야기가 판타지 같기 때문에 영화의 톤은 현실적으로 가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사진 콘텐츠웨이브

“중저예산 영화 많이 나오길…중요한 건 정서”


‘젠틀맨’은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가 오리지널 영화 콘텐트 확보를 위해 조성한 펀드를 통해 투자한 첫 번째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 받기도 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넷플릭스 ‘킹덤’ 등 굵직한 흥행작의 주역인 주지훈의 스크린 복귀작으로는 규모가 작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의 작은 규모에 오히려 끌렸다는 게 그의 솔직한 이야기다.

“너무 감사하게도 큰 작품을 많이 하고 있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사실 이 정도 사이즈의 영화가 많이 나와 줘야 하거든요. 투자를 많이 받으려고 이야기를 크게 벌렸는데, 내용물은 비어있는 영화도 있거든요. 그와 달리 ‘젠틀맨’은 예산에 딱 맞는 이야기를 영리하게 그렸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였어요.”

배우 주지훈. 사진 콘텐츠웨이브


“중요한 건 영화가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같은 카메라를 써도 어떤 작품은 정서가 느껴지는데 어떤 작품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그에게서 배우를 넘어 감독이나 제작자로서의 면모가 번뜩였다.

“저는 골방에서 편집하는 건 절대 못할 거 같아서 연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그렇지만 작품에 대해 몇 시간이고 토론하고,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건 너무 재미있죠.”(웃음)

여러 분석과 고민을 안고 연기한 그가 제안하는 ‘젠틀맨’ 관람 팁은 그저 “재밌는 영화 보러 가자”는 마음으로 극장에 와달라는 것이다. 그는 “이 영화는 명백한 오락 영화”라며 “여러 가지가 섞여 있지만, 분석하려는 마음보다 ‘날도 추운데 재밌는 영화 보고 노가리에 맥주나 한잔 마셔야겠다’는 마음으로 오시면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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