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비·택시비 굳었다"…고물가에 송년회 대신 홈파티 인기

김기환 2022. 12. 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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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문구점에서 손님이 파티 용품을 고르고 있다.연합뉴스

직장인 오선경(35)씨는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 강서구 집에서 송년 모임을 가졌다. 근사한 식당을 가는 대신 새로 이사 온 집에 친구 3명을 초대해 ‘홈 파티’를 하기로 했다. 랍스터 ‘밀키트(간편 조리 음식)’에 피자·치킨은 배달음식을 시켰고, 술은 각자 가져온 와인으로 준비했다. 오씨는 “외식비가 많이 올라 웬만한 식당에 가도 2차까지 가면 1인당 10만원 가까이 써야 하는데 5만원씩 내서 해결했다”며 “택시비도 많이 올라 부담이었는데, 굳었다”고 말했다.

올 초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한 뒤 처음 맞는 송년 모임을 홈 파티가 대체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뒤 대규모 회식이 줄어든 영향에다 고(高)물가 여파로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축제·파티용품 수입액이 64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1.7%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1.8배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트리 장식용품과 전구 등 크리스마스용품 수입액이 3700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15.9% 늘었다. 파티용 모자·풍선이나 형광막대, 마술도구 같은 축제용품 수입액은 2700만 달러로 61.2%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홈 파티 특수를 누리고 있다. 롯데마트 델리 코너 매출은 이달 1~20일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특히 홈 파티 메뉴로 인기가 높은 플래터나 초밥, 디저트 상품들 매출이 50% 이상 올랐다. 이마트도 간편식을 중심으로 한 키친델리 매출이 같은 기간 1년 전보다 12% 늘었다.

반면 외식 업계엔 한파가 불어닥쳤다. 서울 송파구에서 5년째 족발집을 운영하는 이모(53)씨는 “거리두기가 풀린 데다 연말이라 저녁 단체 손님이 늘 줄 알았는데 모임도 줄었고, 손님도 일찍 끊긴다”며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1년 전보다 올해 12월 매출이 오히려 빠졌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파르게 오른 외식·생활 물가도 외식 대신 홈 파티를 선호하게 된 요인이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보다 5% 올랐다. 특히 외식 물가가 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의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은 ▶김밥 2731원 ▶짜장면 5615원 ▶칼국수 7615원 ▶냉면 9731원 ▶삼계탕 1만4231원 ▶비빔밥 9154원 ▶김치찌개백반 7077원 등이다. 1년 뒤인 지난달엔 ▶김밥 3085원 ▶짜장면 6531원 ▶칼국수 8462원 ▶냉면 1만500원 ▶삼계탕1만5769원 ▶비빔밥 9846원 ▶김치찌개백반 7423원 등으로 4.8~16.3% 올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달 1일부턴 귀갓길 택시비마저 올랐다. 자정~새벽 4시까지 운영하던 서울 택시의 심야할증 시간이 오후 10시~새벽 4시로 2시간 늘어나면서다. 할증률은 기존 20%에서 20~40%로 인상했다. 택시가 부족한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40%, 나머지 시간에는 20%를 적용한다. 택시 심야 기본요금은 기존 4600원에서 최대 5300원까지 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년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에서 고물가 추세마저 잡히지 않고 있는 만큼 단체 외식을 하는 대신 소규모 홈 파티를 하는 문화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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