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아닌 이재명 노렸나"…野 발끈케한 한동훈 2가지 발언
“기권하려다가 반대표 던진다”, “저건 탄핵감 아니냐”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무기명 표결이 시작되자 민주당 의석에서는 이런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태도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면서 ‘일단 투표부터 하자’고 다독여야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4시 10분쯤 본회의장 단상에 선 한 장관은 4분 55초간 노 의원의 범죄 사실을 조목조목 읊었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이 청탁받고 돈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녹음파일이 있다”며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돼 있다”고 말했다.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잘 쓰고 있는데”라는 노 의원의 구체적인 발언까지 공개한 한 장관은 “20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를 담당해왔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은 본 적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을 자극한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기소도 되지 않았는데 명백한 범죄자로 몰아가는 한 장관 발언에 경악했다”며 “노 의원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를 타깃으로 연습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를 공개석상에서 제시하는 것은 명백한 중죄”라며 “한 장관은 범죄 면허라도 가졌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법무부는 이날 “표결 전 근거 자료로 범죄 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 번째 포인트는 민주당을 겨냥한 한 장관의 작심 발언이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의 범죄 사실 요지를 설명한 뒤 “맹목적인 진영 논리나 정당의 손익계산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 국회의 새로운 전통”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선출직도 아닌 한 장관이 마치 국회의원에게 훈계하는 태도라 불편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정치 검사란 말도 아깝다”고 했다.
하지만 들끓는 분위기와 별개로 내부에선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기류다. 야권 관계자는 “일부 의원이 수면 아래에서 한 장관 탄핵을 거론했지만, 역풍 부담으로 아무도 공론화하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169석 거대 야당이 주요 국면마다 한동훈에게 얻어맞고 있다”는 자조도 나온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한 장관에 대한 반발심을 고리로 뒤숭숭한 당이 결속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본 회의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반대 표결을 주저하던 일부 비명계 의원까지 한 장관 발언 직후 부결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박찬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끌어내는데 한 장관이 큰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 체포 동의안은 재석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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