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잃고 삶 마감한 10대학생 엄마 "정부, 전화도 없었다" [이태원참사_기록]

박소희 2022. 12. 29. 15: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용혜인, 유족 문자 공개 "너무 억울하고 답답"...생존자·유족 트라우마 지원 요청

[박소희, 남소연 기자]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참사 현장 인근 한 상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 배, 감, 밥, 국 등으로 차려진 제사상을 내놓았다.
ⓒ 권우성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서 친구들을 잃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끝내 세상을 등진 10대 생존자 A학생의 어머니가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앞으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그는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우리 아이의 억울한 상황을 살펴봐달라"고 호소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조특위 2차 기관보고에서 "2주 전 정도에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모두 들으셨을 것"이라며 "그 순간에 국무총리는 '치료의지가 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피해자 탓을 하기도 했고, 심지어 이틀 전 기관보고에서도 (총리실은) 사망자 수를 158명으로 집계하면서 10대 생존자 학생의 죽음을 없는 양 취급했다"고 했다. 이어 "어제(28일) 유가족분께 문자 한 통을 받았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저는 2주 전 10.29 참사 때 두 친구를 잃고 트라우마로 인해 생을 마감한 A학생 엄마다. 제가 연락 드린 이유는, (저는) 유가족 지원을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라든지 정부의 어떤 기관으로부터라도 우리 아이가 죽은 이후로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한덕수 총리가 '치료의지 부족이 아쉽다'고 저희 아이에 대해서 말씀하더니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인한 죽음으로 정부는 여기는 모양이다. 

제가 센터에 하도 답답해서 이틀 전 직접 연락했더니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며 '행안부에서 직접 전화할 것'이라고 통화를 마쳤고, 오늘 행안부에서 온 전화는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일관하며 저희 가족 같은 경우는 현행 법상으론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도움을 주는 절차를 알아보고 있었다는, 믿을 수 없는 답변만 늘어놨다. 제가 굳이 문의를 안 했으면 정부 어느 부처에도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 뻔한데. 왜 그러면 저에게 아이가 죽은 지 2주가 지나도록 전화 한 통 없었냐고 물으니 행안부는 '유가족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연락할 수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제 아이는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다. 참사 직후 극심한 혼란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신상담치료 한 번 못 받고 죽었다. 부상자이자 생존자였고, 가장 소중한 친구 둘을 잃은 상황이었는데 정부에서 해준 것은 진료비·약값 청구하면 주겠다는 것밖에 없었다.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두서 없지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락 드린다. 의원님.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우리 아이의 억울한 상황을 살펴봐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유족이 연락해야 연락하는 게 무슨 원스톱 지원인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용 의원은 "이 문자는 제가 어젯밤 11시 반에 받은 문자"라며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이 참석했던 기관보고에서 유족 연락처를 참사 초기부터 갖고 있었다는 것을 기관장들이 사실상 인정하고 제대로 살피겠다고 했던, 그 기관보고가 있고도 하루가 지난 날"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여전히 '연락처가 없어서 연락을 못했다, 유가족이 아니다' 같은 말만 늘어놓고 있다"며 "유족이 직접 연락해야지만 연락하는 게 무슨 원스톱 지원이고 유가족에 대한 예우인가"라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이 학생은 정말 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며 "안 가도 된다고 해도 굳이 학교에 나가고, 운동이 좋다고 운동도 끊어서 주2회 헬스도 나갔고, 스스로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도 걸어봤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제가 죄송하다는 말 말고는 차마 할 말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당국과 국회의 부당한 처우로 인해 한 명이라도 잃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유족 대응 현황 전수조사, 행안부 추가현안보고, 그리고 해당 기관의 사과와 재발방지조치를 촉구했다.

우상호 위원장은 "그 학생이 사고 현장에서 돌아가시진 않았지만 사고와 관련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이 문제를 행안부에서 검토할 수 있는지 권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안부와 여야 간사가 이 문제를 논의해봐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사실 전 국민이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며 "더 이상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이 없도록 심리치료와 정부의 세밀하고 따뜻한 접촉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