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힘 보탤것" 복권된 친박 좌장…최경환에 쏠린 與시선
“앞으로 국가와 사회 발전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탬으로써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8일 특별사면·복권 직후 자신의 옛 지역구인 경북 경산시와 청도군 주민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최 전 의원의 정치 재개설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 '친박' 핵심으로 4선 의원을 지내며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그가 “격동의 시기에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 다시는 이 땅에서 억울한 정치 보복의 희생양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한 대목도 그런 전망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또 주민이나 시민과 같은 표현 대신 “경산·청도 지역 지지자들”이란 표현도 썼다.
익명을 요구한 과거 친박계 중진 의원은 “본인이 다시 정치할 뜻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수활동비 1억원 받은 걸로 문재인 정부 검찰이 뇌물죄 혐의를 씌운 것에 매우 억울해한다”며 “억울한 사람이라면 명예회복을 하려 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최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활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8년 1월 구속된 뒤 징역 5년 선고를 확정받아 복역해 오다 4년 3개월 만인 지난 3월 가석방됐다.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였던 그는 영어의 몸이 된 뒤 면회온 사람에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을 말하곤 했다.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7월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탄핵 문제로 더 이상 한국당이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당이 단합해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저에게 침을 뱉어달라”는 옥중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복권되기 전부터 이미 과거 친박계 전·현직 의원과 만나 식사를 하며 보폭을 넓혀왔다. 그와 만났던 한 의원은 “워낙에 보스 기질이 있고 사교성이 좋기 때문에 옥살이를 하고서도 원래 알던 사람과는 잘 지내는 것 같다”며 “TK(대구·경북)에서는 그래도 상징성이 있는 정치인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경산을 방문했을 때도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 책임을 마다치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최 전 의원이 다시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건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현실 정치에 재등판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최 전 의원이 옥고를 치르는 사이 당내 정치 지형도 많이 바뀌어서 친박계조차 앞다퉈 친윤계를 표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남권 의원도 “친박계라는 게 다시 의미가 있으려면 박 전 대통령의 역할도 중요한데, 박 전 대통령이 친박에게도 마음을 안 열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을 비롯해 이번에 사면·복권된 박근혜 정부 인사를 수사하고 법정에 세웠던 사람은 과거 검사 시절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 전 의원은 명예회복을 말하지만, 명예회복이란 결국 그 당시 윤석열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 아니냐”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윤심을 강조하는 판인데 윤 대통령의 과거 검찰 수사를 부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친박 인사가 정치에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화이트 리스트’ 의혹에 연루됐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한 측근은 “많은 수모를 겪었던 탓에 정치권에 돌아올 의지가 별로 없는 걸로 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화이트 리스트 의혹에 연루됐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1939년생)이나 특활비 의혹에 연루된 이병기 전 국정원장(1947년생)도 현실 정치에 돌아오기엔 고령에 속한다.
이번 사면 대상에 대거 포함된 옛 친이명박계의 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사 명단에 포함된 친이계 인사 대부분 여의도 경험이 전무한 국정원·군 관련 인사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복권됐지만, 당내에선 “친이계란 계파가 더는 의미가 없다. 이미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친이계는 소멸한 상태”(국민의힘 관계자)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핵심 주류가 과거 친이계였던 만큼 MB에 대한 여권 내 예우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힘 핵심 친윤계인 권성동·장제원 의원과 윤 대통령의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친이계가 친윤계가 변모한 대표적 사례다. MB의 한 측근은 “신년에 친이계가 한번 뭉쳐 이 전 대통령을 뵈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측근은 “자칫 정치적 의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모임을 따로 안 갖는 것이 좋다”며 “이 전 대통령도 한동안은 치료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번에 함께 사면된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권석창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은 자신의 옛 지역구에서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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