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연소 아나' 김수민, 3년 만에 퇴사 이유 "예뻐 보이지 않았다" [전문]

김현숙 기자 2022. 12. 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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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숙 인턴기자) 방송인 김수민이 3년만에 SBS를 퇴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혔다. 

지난 27일 김수민은 "서울예고 다니면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어쩌면 내 생각보다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성실해지고 열심에 목을 맸지만 고3때가 되어서는 인정해야 했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친구들은 쉽게 붙는 서울대 미대 1차 탈락을 했을 땐 정말 인정해야만 하는 것 같았다. 재능이 없다는 걸. 그래서 운 좋게 한예종에 붙었을 땐 바득바득 우겼다. 한예종이 내 재능 없음 논란을 잠재워줄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리고 제대로 느껴야 했다. 재능이 없다는 걸. 모두가 극찬하는 영화의 예술성이 하나도 공감 가지 않더라. 그래서 그만 둬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김수민은 2018년 만 21세의 나이로 SBS 역대 최연소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그는 "그렇게 도망쳐서 방송국에 왔는데 또 다시 재능없음을 확인해야 했다. 화면 속 나는 정말 예뻐보이지 않았다. 방송하는 내가 좋지 않았다. 방송하는 재능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이 포함이라면 나는 분명 재능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도망쳤다"며 3년 만에 SBS를 퇴사한 이유를 밝혔다. 

김수민은 "문득 돌이켜 보니까 나는 평생 도망쳐왔다. 근데 그게 싫지 않다. 내가 도망칠 수 있었던 건 내 자신에게 비겁하지 않아서였다고 믿는다. 이걸 온갖 짝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 나서야 알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수민은 1997년생으로 2018년 SBS에 입사했지만 지난해 6월 퇴사했다. 또한 지난 9월 5살 연상의 비연예인과 결혼했으며 최근 첫 아이를 출산했다. 

김수민의 남편은 서울북부지방경찰청 소속 검사로 알려졌다. 

다음은 김수민 글 전문.

낯부끄럽지만 오늘 저녁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참을 통화하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니 왠지 용기가 나서 길어질 말들을 적어보아요.
주제는 재능없음과 도망입니다.

서울예고다니면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어쩌면 내 생각보다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어요.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성실해지고 열심에 목을 맸지만 고3때가 되어서는 인정해야 했어요. 모의 시험때 그림과 같이 글을 제출할 때면 선생님은 늘, '수민아 근데 나는 니 그림보다 글이 더 좋다.' 하셨고 미대 말고 연대 문화인류학과 어떠니 다른 진로를 제안해주시기도 했거든요.

물론 수시 카드 6개를 쓰려니 들었던 고민이었지만 어쨌든 그땐 그게 속상했어요. 친구들은 쉽게 붙는 서울대 미대 1차 탈을 했을 땐 정말 인정해야만 하는 것 같았어요. 재능이 없다는 걸. 그래서 운 좋게 한예종에 붙었을땐 바득바득 우겼어요. 한예종이 내 재능없음 논란을 잠재워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도 부모님은 우리가 보는 너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인데 왜 종합대학을 가지 않느냐 꽤 오래 설득하셨거든요. 예종 가면 후회할 거라고.

그런데 한예종이라도 가지 않으면 정말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믿게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고집을 잔뜩 부려서 예종에 갔어요. 그리고 제대로 느껴야 했어요. 재능이 없다는 걸. 학교에서 세 시간 내내 비만 내리는 태국 예술영화를 함께 보던 날이었는데 모두가 극찬하는 영화의 예술성이 저는 하나도 공감이 가지 않더라고요. 슬펐어요. 나는 그 대화에 낄 수 없어서. 그래서 그만 둬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미술은 이제 안녕.

그렇게 도망쳐서 방송국에 왔는데 또 다시 재능없음을 확인해야 했어요. 모니터링이 괴로웠거든요. 화면 속 나는 정말 예뻐보이지 않았어요. 방송하는 내가 좋지 않았어요. 방송하는 재능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이 포함이라면 나는 분명 재능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또 다시 도망치고.

문득 돌이켜 보니까 나는 평생 도망쳐왔어요. 근데 그게 싫지 않아요. 내가 도망칠 수 있었던 건 내 자신에게 비겁하지 않아서였다고 믿거든요.. 올해 반 년 정도 부족한 글 솜씨로 글을 쓰며 느꼈는데, 저는 글 쓸 때 제일 괴롭고 제일 행복하더라고요. 이걸 온갖 짝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 나서야 알았어요. 이제서야 10대부터 지금까지 기쁘고 괴로울 때 내가 계속 손에서 놓지 않았던 건 글쓰기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글쓰기는 재능이 있네, 없네 한 번도 스스로 묻지 않았었거든요.

유레카! 진로를 찾았다! 그런 마무리는 아니고요. 지금 누군가 도망치고 싶어한다면 부디 그러라고 말하고 싶어서요. 재능없음이 슬프다면 마음껏 슬퍼하되 실망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서요. 주제 넘지만 그래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죽을 것 같은 날들도 결국은 지나가고 누구나 도망치고 싶은 순간은 있답니다. 그리고 아무 이유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기적처럼, 아무 성과가 없어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온 마음 주게 되는 일도 만나게 될 거에요. 

산모라 술은 안마셨습니다. 맨정신으로 쓰는 그냥 이유없는 고백. 다 잘 될 거예요. 나를 찾는 여정일뿐.

사진 = 김수민

김현숙 기자 esther_010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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