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추진…패트리엇 보낼 수도"
일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산케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그간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무기 지원 압박을 받아온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우크라이나 등 무력 침공을 받은 국가에 살상 능력이 있는 방위장비의 무상 제공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소집되는 정기국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자위대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했다.
현행 자위대법에선 다른 국가에 대한 방위장비 무상 제공을 명시하고 있지만, 탄약 등 살상 무기는 제외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일본에 대전차포ㆍ지대공미사일ㆍ탄약 등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일본은 이같은 법 규정을 이유로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 헬멧ㆍ방탄조끼ㆍ방한복ㆍ비상식량 등만 수송기로 실어날랐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법 개정과 함께 ‘방위장비 이전 3원칙’도 손볼 계획이다. 2차 대전 패전국 일본은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왔으나, 2014년 방위산업 육성 등을 이유로 관련 규정을 상당부분 개정했다. 그 결과 현 규정은 ▶국제조약ㆍ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위반한 국가와 분쟁 당사국에는 무기 수출 금지 ▶평화공헌ㆍ국제협력과 일본 안보에 기여할 경우 무기 수출 허용 ▶목적 외 사용과 제3국 이전은 일본 정부의 사전동의 필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일본이 무기를 수출할 수 없는 ‘분쟁 당사국’에 해당하는데, 일본 정부는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을 받은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을 예외로 둬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면서 무기 수출을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내에선 관련 규정 개정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PAC)’ 지대공 요격미사일을 제공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이는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심각한 만큼 공격 무기가 아닌 방어 무기 지원이 명분상 유리하고 국내외 비판으로부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일본이 내년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여는 의장국이기 때문에 급히 개정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G7 중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은 국가는 일본뿐이다. 정상회의 개최 장소인 일본 히로시마(広島)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지역구이자 정치적 기반이기도 하다.
다만 일본이 관련 법 규정을 고치더라도 실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일본은 미국 등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본 국내법적인 문제가 복잡하고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 국가 간 조건을 구비해야 하는 만큼 이른 기간 내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ACSA 체결국은 미국ㆍ호주ㆍ영국ㆍ캐나다ㆍ프랑스ㆍ인도 등 6개국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미국 등에 무기를 대신 제공해주면 해당국이 자국 무기를 우회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본의 아킬레스건도 변수다. 일본은 러시아 사할린 지역에서 연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의 약 9%를 충당할 정도로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 “무기를 지원할 것이란 메시지만 던진 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간 정전협정을 기다리며 계속 검토만 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등의 반응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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