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번복, 재판독은 왜 이뤄지지 않나?

이형석 2022. 12. 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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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KB손보-한국전력 오심 징계
심판 "규정상 오심에도 번복 못해"
하지만 KOVO 규정에 내용 벗어
오심해도 바로잡을 시도하지 않아
27일 경기에서 후인정(왼쪽) KB손해보험 감독과 남영수 부심. 사진=KOVO

V리그가 심판 판정을 놓고 연일 시끄럽다. 한국배구연맹(KOVO) 대회 요강이나 규정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2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OK금융그룹전은 3세트 비디오 판독과 이에 따른 항의로 10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현대캐피탈이 8-4로 앞선 상황에서 OK금융그룹 곽명우의 2단 공격이 네트 터치가 선언됐다. OK금융그룹의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네트 터치가 아닌 것으로 판명 나자,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오버 네트에 대한 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오버 네트는 인정되지 않았고, 최 감독이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최태웅 감독은 경기 지연에 대한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동시에 받아 세트 퇴장을 당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오버 네트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날(27일) 열린 남자부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전에서는 너무나 명백한 오심이 발생했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4세트 9-11로 뒤진 상황에서 홍상혁(KB손해보험)의 후위 공격이 라인 바깥으로 벗어나자, 한국전력의 네트 터치를 주장하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방송사 중계 화면을 통해 한국전력 박찬웅의 왼쪽 팔이 닿아 네트가 출렁인 게 확인됐다. 하지만 정의탁 경기위원은 "네트 터치가 아니다"고 합의, 발표했다.

논란이 발생하자 KOVO는 하루 만에 잘못을 인정하고, 네트 터치에 관련 비디오 판독을 오독한 심판진과 경기·심판위원에게 1~3경기 출장 정지 및 벌금 징계 처분을 내렸다.

심판진도 경기 중 후인정 감독의 항의로 경기가 중단되자 추가로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선 잘못을 인정했다. 남영수 부심은 후인정 감독에게 다가가 "우리(심판진) 실수가 맞다. 그런데 판독 후에는 번복이 안 된다는 게 규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OVO 규정에는 이와 관련된 부분이 전혀 없다. KOVO 관계자는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판정한 뒤 이를 번복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디오 판독 도입 직후부터 불문율처럼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규정에 따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오심을 인지하면 얼마든지 판정을 번복해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대개 비디오 판독 후에도 불만이 있는 감독은 '장면을 다시 확인해보라'며 답답함을 내비친다. 심판진이 전날 경기에서 오심을 확인한 건 비디오 판독 결과 발표 후 후인정 감독의 거센 항의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심판진은 그 틈을 타 추가 판독을 실시했다. 다만 KOVO에선 판정 번복이 이뤄지지 않았고,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기에 '재판독'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28일 오심 관련 회의에서는 재판독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재판독은 판정이나 판독에 대한 불만을 줄이고, 오심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재판독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KOVO 관계자는 "재판독이 이뤄지면 감독들의 항의로 인한 지연 등 경기 진행에 있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처럼 재판독을 하지 않는 쪽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결국 오심이 발생해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KOVO 관계자는 "판정 잘못을 인지하면 빠르게 정정해야 한다. KB손해보험-한국전력전에서는 운용의 묘가 아쉬웠다"며 "오심과 오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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