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사 전반이 응축 되어 있는 서울 동작구 [책이 나왔습니다]
[김학규 기자]
▲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 1권과 2권 표지(메이킹북스) 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 김학규는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 1권과 2권을 출간했다. |
ⓒ 메이킹북스 |
필자는 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동작구 지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그 성과를 모아 그동안 <동작 민주올레>라는 제목으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중심으로 동작 지역의 근현대사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기도 했다.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2022, 메이킹북스)은 이를 기반으로 빠진 부분은 더 채우고 부실한 내용은 더 보완하여 출간한 책이다.
한국 근현대사가 응축되어 있는 동작구의 근현대사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은 동작구의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는 동작구의 근현대사 이야기이다. 동시에 이 책은 동작구의 근현대사를 매개로 한 한국근현대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을 집필하는 과정은 동작이라는 특정 지역의 근현대사에 한국근현대사 전반이 응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 독립의 반석(숭실대 교정) 숭실대 출신 독립운동가 8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조형물로 2019년 3.1운동 100주년에 즈음하여 숭실대 교정에 건립되었다. |
ⓒ 김학규 |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 1권은 동작구의 절반인 대방동과 신대방동, 노량진동, 그리고 상도동 (상도1동을 제외한 2, 3, 4동)의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고,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 2권은 상도1동과 흑석동, 동작동과 사당동의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우선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은 독립운동의 전사(前史)라고 할 수 있는 두 차례의 시흥농민봉기(1898, 1904)에 당시 경기도 시흥의 일부분이었던 동작 지역의 번대방리, 우와피리, 성도화리, 상도리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실과 김회상, 강희, 신동희, 이용 등 마을의 집강들이 주도자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심훈 외에는 알려져 있지 않았던 동작구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경기도 화성에서 3·1운동에 참여한 노량진 출신의 차경현, 1920년 배화여학교에서 3·1운동 1주년 기념투쟁에 참여한 본동 출신의 박양순, 1930년대 혁명적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흑석동 출신의 정용봉, 1940년대 일제의 패배를 예측하면서 후방교란을 목적으로 한강철교를 폭파할 계획을 세웠던 노량진 출신의 정승종 등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은 노량진 3·23 만세운동, 노량진소년독서회 사건, 조선공산당재건설준비위원회 사건, 불로양조장 사건(광주공산당협의회 사건) 등 동작 지역에서 벌어진 다양한 독립운동 사건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여기에 동작 지역이 이승훈, 김마리아, 김익상, 오산세, 정종명, 김형선, 이재유, 이관술, 박진홍, 이종림, 강 진, 신불출 등 당대를 풍미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주요 활동무대였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동작구에 있는 서울공고와 숭의여고, 성남고, 경성상공학원(현 중대부중과 중대부고), 숭실대와 중앙대의 역사에 반드시 담아야 하는 학교별 독립운동의 역사와 박찬익·김재봉·이준태·권준·신일균(서울공고), 김경희·박현숙·강경애(숭의여고), 김재근·윤병운·김성일(성남고), 최호극·고병택·양성기(경성상공학원) 등 관련 인물도 꼼꼼하게 발굴하여 소개하고 있다.
▲ 3.17민주의거탑 성남고생들은 1960년 3월 17일 서울에서는 학교단위로는 최초로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를 기념하여 성남고 교정에는 '3.17민주의거탑'이 세워졌다. |
ⓒ 김학규 |
독자들은 반독재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숭실대, 중앙대, 총신대 등의 대학생은 물론 3·17민주의거에 빛나는 성남고생을 비롯하여 서울공고, 숭의여고, 영등포고, 동양공고와 동양공전, 중대부고 등에 재학 중이던 고등학생이 보여준 희생과 헌신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동작 지역 주민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방용석·박순희·양승화 등 수천 명의 노동자가 만들어낸 '7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상징' 원풍모방노조의 역사도 신대방동에서 펼쳐진 동작구 근현대사의 일부였다.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은 반독재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민주의 제단에 바쳐진 열사 중 동작구와 인연이 있는 인물도 여럿 소개하고 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용원(흑석동 거주), 4·19혁명 때 희생당한 고병래·김태년·서현무·송규석·전무영·지영헌(중앙대생)과 김창섭(숭실대생), 민주노조를 지켜내기 위해 싸우다 사망한 신대방동 한영섬유 노동자 김진수, 노동운동을 하던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영등포고 출신의 심재환과 박태순, 중앙대 총학생회장으로 있던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이내창, 경찰의 물대포에 죽임을 당한 중앙대 출신의 농민 백남기, '광주는 살아있다. 군사파쇼 타도하자!'고 외치면서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숭실대생 박래전 등이 그들이다.
신대방동에서 공장 활동을 하기도 하고 사당동에서 시위에 참여했다 구류를 산 영화 <1987>의 박종철, 흑석동 한강변에서 수영을 한 전태일, 1986년 전두환 독재정권에 단호하게 맞서지 못하는 자신을 비판하면서 한강에 투신한 박혜정도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에서 만날 수 있는 민주열사이다.
동작구의 친일 인사와 독재권력 부역자 이야기도 담아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은 동작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는 점도 밝혀야겠다.
책은 동작구와 인연이 있는 인물 중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장교와 친일기업가로 활약한 성남중고 설립자 김석원과 원윤수, 흑석동에서 친일문학 작품 활동을 한 서정주와 중앙대 교수로 있었던 문학평론가 백철, 노량진동에 살면서 일제 관료로 일한 조풍호와 같은 친일 인사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동작구청이 〈동작구지〉(1994)를 통해 김석원이 성남중을 설립한 이유를 "광복의 원동력이 될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민족학교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자각" 때문이었다고 왜곡하여 설명한 사실도 폭로했다. 이는 지역유지인 친일인사 김석원을 지방자치단체인 동작구청이 나서 미화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필자는 출범 당시 <매일신보>에 실린 "이 학교는 육군사관학교의 준비교가 되도록 하는 특성을 가지고 '데뷰'하게 되었다"는 대목을 찾아냈다. 설립 당시 교장이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유명한' 아베 요시오(安倍良夫) 재경재향군인회 회장(일본군 소장)이었고, 1944년에 부임한 2대 교장 역시 일본인 우지에 토미오(氏江富雄)였다는 사실도 동작구청의 논리를 비판할 수 있는 주요 근거였다. 2022년 4월에 발간한 〈디지털동작문화대전〉(동작구청&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도 똑같은 내용으로 김석원을 미화했던 동작구청은 결국 자신의 입장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노량진에 살았던 박정희와 신직수, 흑석동에 살았던 조선일보 사주 방일영, 대방동에 살았던 정치군인 김제민과 윤필용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여성인권 탄압의 대표기관이었던 대방동의 서울시립부녀보호소, 원풍모방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동작구청에서 안기부, 보안사, 검찰, 경찰 등이 참여하여 진행된 관계기관대책회의, 독재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노량진경찰서(현 동작경찰서) 등 동작구의 아픈 역사도 빠뜨리지 않고 담아냈다. 동작구의 부끄러운 역사를 통해서도 배울 게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중심으로 특정 지역의 근현대사를 정리해냈다는 점에도 주목하여 이후 다른 지역의 지역사 연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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