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혀가도 "히잡 안 쓰겠다"…체스대회 나간 이란 선수의 저항
이란이 국제대회에 참가한 여성 선수에 히잡을 쓰도록 강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여성 선수를 체포·구금하는 조치까지 단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이란 국적의 한 여성 선수가 국제 체스대회에 참가하면서 히잡을 쓰지 않고 나타나 화제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이란 현지 매체인 자라마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체스선수 사라 카뎀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체스연맹(FIDE) 블리츠 체스 챔피언십 대회에 전날에 이어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 카뎀은 1997년생 이란 국적의 여성 선수로 FIDE 랭킹 804위에 올라 있다.
카뎀은 지난 9월 이란 현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며 여대생이 구금 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저항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월 이란 내에서 쿠르드족 출신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아 체포됐고 구금 중 사망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란 내부 반발로 이어져 규모가 점차 확산되며 반정부 시위로 격화됐다.
그러나 여전히 이란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국제대회에 참가한 여성 선수에게 히잡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란의 해당 조처가 반정부 시위 기간 여성 선수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도록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카뎀 뿐만 아니라 이란의 스포츠 스타들은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0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클라이밍 대회에선 이란 국적의 선수 엘나즈 레카비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암벽에 올랐다.
레카비는 나중에 히잡이 벗겨진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 말이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이달초 레카비의 가족 주택이 강제 철거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이란 여성 궁수 파르미다 가세미가 테헤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히잡을 떨어뜨렸다가, 나중에 히잡이 떨어지는 것을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SNS에서는 가세미가 히잡이 떨어지는데도 가만히 있는 영상이 퍼지면서, 그가 반정부 시위에 대해 지지를 표시했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마리암 카제미푸르 이란 스포츠부 차관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게 행동한 여성 선수들은 나중에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했으며,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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