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나 스미스, 부상 시즌아웃... 안타깝지만 절반의 성공
[이준목 기자]
▲ 키아나 스미스(오른쪽) 우리은행전 경기 모습 |
ⓒ WKBL 제공 |
키아나 스미스의 코리안드림 1막이 미완으로 안타깝게 일찍 막을 내렸다. 여자프로농구(WKBL) 용인 삼성생명 소속의 가드 키아나는, 지난 26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3쿼터 종료 직전 돌파로 마지막 공격을 시도하던 키아나는 수비하던 김단비와 부딪혀 한 발로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이 뒤틀렸다. 선수가 쓰러지자마자 선수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지를 만큼 심각한 부상을 직감케했다. 곧바로 경기가 중단되었고 주변 관계자들이 모여 상태를 점검했다. 키아나는 결국 일어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들것에 실려 나갔다.
우려한 대로 삼성생명 측은 정밀 검진결과 키아나가 왼쪽 무릎 슬개건 파열 진단을 받았다고 전하며 수술과 함께 시즌 아웃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삼성생명은 같은 경기에서 이주연도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파열 진단을 받으며 두 선수를 한꺼번에 잃는 악재를 맞이했다.
수술과 재활 치료 후 복귀까지는 키아나가 약 6개월, 이주연은 9개월 이상 소요되는 장기 부상이다. 시즌 개막 직전 펼쳐진 여자농구월드컵에 출전했던 주전 가드 윤예빈(25)도 이미 십자인대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바 있는 삼성생명은, 핵심선수 세 명이 모두 다음 시즌에나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에 엄청난 전력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생의 키아나는 2023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에 지명되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7세 때 미국에 이민 간 한국인 어머니 최원선 씨와 농구선수 출신 미국인 아버지 존 스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선수로 미국 국적임에도 부모 중 1명이 과거 혹은 현재에 한국 국적을 가졌다면 국내 선수 자격을 허용하는 '해외동포선수' 제도에 따라 외국인 선수제가 사라진 WKBL에 신인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키아나는 고교 시절부터 미국 최고 유망주의 상징인 '맥도날드 올 아메리칸'에 선정되었으며, NCAA(미국대학농구) 4강(루이빌대), 세계 최고의 여자농구 프로리그로 꼽히는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지명 ,LA 스파크스(16순위) 지명 등 화려한 경력으로 더 주목받았다. 커리어만 놓고봤을 때는 역대 해외동포 선수 중 단연 최고이자, 외국인 선수까지 통틀어도 상위권의 경력자였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일찌감치 '키아나 드래프트'라고 불릴 만큼, 1순위 지명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키아나는 이미 선수들의 신체상태와 운동능력 점검하는 드래프트 콤바인에서 점프와 스프린트 부문의 WKBL 신기록을 세울 만큼 일반적인 국내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운동능력을 과시했다. 선발회 참가자들끼리 5대 5경기로 진행된 트라이아웃에서도 다른 선수들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아나는 삼성생명의 1순위 지명을 받고나서 "어머니의 나라에 온 키아나입니다. 한국에 온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며 직접 한국어로 준비한 소감을 밝히며 기대감과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키아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국과의 인연과 어머니의 나라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고백했으며 "언젠가 한국 국가대표로도 뛰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시즌 5위로 플레이오프 진출도 실패했던 삼성생명은 명가재건을 위한 세대교체와 리빌딩의 중심으로 키아나를 낙점했다.
입단은 신인으로 했지만, 기량은 에이스급이었다. 키아나는 데뷔 경기부터 무려 21점을 터뜨리며 은퇴한 강아정(5득점)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개막전 신인 선수 최다 득점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한 시즌 네 번째 경기인 우리은행과의 홈경기에서는 무려 40분 풀타임을 소화여 시즌 최다인 27득점에 8리바운드 7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급 성적을 기록하며 WKBL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키아나는 부상으로 낙마하기 전까지 총 17경기에서 평균 30분 20초를 소화하며 평균 13.18점(전체 12위) 4.4어시스트(8위) 3.6리바운드, 1.0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2점슛 성공률 45.7%(63/138), 3점슛 29.6%(24/81) 자유투 76.5%(26/34)였고 전체 공헌도 점수는 375.55점으로 11위였다.
키아나의 첫 시즌 활약상은 어떤 기준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WKBL에 처음 데뷔한 신인으로서는 아주 훌륭한 활약이었지만, 경력이 주는 기대감 때문에 '외국인 선수급' 성적에 눈높이를 맞췄다면, 조금 아쉬운 편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키아나의 최대 장점은 역시 공격력이었다. 키아나는 내·외곽에서 두루 득점이 가능하지만, 역시 3점슛과 미드 레인지 점퍼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전형적인 슈팅가드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무리한 공격만 고집하지 않고 동료들을 활용하여 적재적소에 패스를 찔러주는 등, 이타적인 플레이도 가능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되면서 조금씩 약점도 드러났다. 공격에 비하여 수비력은 확실히 떨어졌고, 특히 공수 모두 조직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WKBL 특유의 복잡한 패턴들에 적응하는 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일반적인 국내 선수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자신의 신체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박정은 BNK 감독은 노골적으로 "키아나가 몸싸움을 싫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슛이 강점으로 꼽혔던 키아나지만, 최종 기록에서 보듯 경기를 거듭하면서 슛 적중률은 오히려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였다. 슈터임에도 경기가 안 풀리면 슛 시도 수 자체가 줄어드며 소극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올시즌 첫 무득점(2점슛 0/4, 3점슛 0/2)에 그치며 최악의 경기를 펼친 11월 23일 우리은행전, 팀은 이겼지만 스미스가 파울트러블에 고전하며 3득점에 그친 12월 23일 신한은행전 등은 키아나의 약점이 분명히 드러난 경기였다.
1차 스탯은 준수했지만, 꾸준함과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김단비-박지현(우리은행), 김소니아(신한은행), 배해윤(삼성생명), 김한별(BNK)같은 A클래스급 선수들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즌 아웃 전에도 무릎부상을 당한 이후 플레이가 눈에 띄게 위축되는 등 내구성에 대한 불안감도 남겼다.
하지만 키아나는 아직 23세에 불과하며 완성형 선수가 아닌, 성장할 여지가 더 높은 유망주에 가깝다. 박지수(KB) 정도를 제외하면 그 나이에 데뷔 첫 해부터 한 팀의 주포이자 에이스 역할을 맡은 선수는, WKBL 역사를 돌아봐도 드물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키아나와 비슷한 혼혈 출신의 해외동포 선수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김한별이나 김소니아도, 한국 무대에 적응하고 정상급 선수로는 자리잡는 데 무려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키아나는 주변의 스포트라이트와 높은 기대치 속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으며, 미국과는 다른 한국 농구의 환경과 팀 문화에 빠르게 습득하고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잠재력은 이미 검증됐고, 스타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키아나이기에 부상만 잘 극복하고 돌아온다면 앞으로 WKBL를 이끌어나갈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그가 밝힌 목표대로 태극마크까지 달 수 있다면, 박지수-강이슬-김단비같은 핵심 선수들과 함께 향후 국가대표팀의 전력 향상과 세대 교체에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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