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이 '참사' 알린 녹취록 있는데... 용산구 "통화 사실 없다" [이태원참사_기록]

당일 22시29분 연락 받아 '무대응''허위 보고' 논란... 용산구 행정국장 "허위 보고 사실 없어"

[박현광, 남소연 기자]

서울종합방재센터 관계자 : "핼러윈 축제 때문에 인파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압사당하겠다고 신고가..."
용산구청 당직실 관계자 : "네, 맞아요. 이태원 해밀톤(호텔) 말씀하시는 거죠?"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14분 뒤인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29분, 서울종합방재센터 관계자와 용산구청 당직실 관계자가 나눈 대화다. 압사 상황을 전파하기 위해 전화한 소방 관계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용산구청 당직실 관계자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이태톤 해밀턴(호텔)"을 언급했다.

최초 참사 인지 시점을 당일 오후 10시 51분이라고 밝혀왔던 용산구청이 실제론 최소 22분 전부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일찍이 참사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한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해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시 29분에 알린 녹취록 있는데도 용산구청은 '모르쇠'
 

▲ 이태원참사 당일 용산구청 당직사령이었던 조원재 주무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기관보고 전체회의에서 사고 발생 당일 소방과 용산구청 사이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용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김시철 서울종합방재센터장에게 먼저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용 의원은 "22시 29분, 용산구 당직실에 참사 발생과 위험성을 유선으로 전달한 거 맞나"라고 물었고, 김 센터장은 "맞다"고 답했다.

곧바로 용 의원은 참사 당일 용산구청 당직사령이었던 조원재 주무관에 따져 물었다.

용혜인 의원 : "용산구청은 최초 상황 접수를 22시 51분이라고 했고, 오늘 국회에 보고한 문서를 보면 22시 53분에 당직실이 최초 접수했다고 하고 있다. 용산구청이 최초 인지한 시점이 22시 29분과 22시 51분 뭐가 맞나?"
조원재 주무관 : "당직실이 최초 인지한 건, 22시 53분 행정안전부에서 보내준..."
용혜인 : "소방이 당직실에 상황보고 하지 않았느냐."
조원재 : "저는 소방으로부터 전화 받은, 통화한 사실이 없고, 다른 당직자도 그 내용을 전달 받은 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용 의원은 녹취록을 가리키며 "22시 29분보다 전에 해밀턴호텔 옆 골목 참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거다. 근데 어떻게 전화를 안 받았다고 하느냐"고 추궁했다. 

조 주무관은 "저는 통화한 적 없고, 다른 당직자 분은 그런 내용으로 통화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저는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죄송하다"고 같은 답을 반복했다.

용혜인 "용산구, 허위 보고... 직전 대응했다면 많은 희생 막았을 것"
 

▲ 권윤구 용산구 행정지원국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질의를 이어가던 용 의원은 "직전 제대로 된 대응만 있었어도 이렇게 많은 참사 희생자가 발생 안 했을 거 아니냐"며 "오늘까지 계속해서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하고, 공문서 조작하고, 국회에 허위 보고 하고, 유가족과 국민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박희영 구청장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유승재 부구청장을 대신해 증인 출석한 권윤구 용산구 행정지원국장은 "허위 보고한 사실은 없다"고 맞섰다.

용 의원 질의 직후 보다 못한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직접 추가 질의에 나섰다. 우 위원장은 "소방이 구체적인 장소도 말하지 않았는데, 당직자가 해밀톤호텔을 말했는데, 그걸 기억 못한다는 얘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거짓말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권 행정지원국장은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당직자가 압사라는 걸 인지했다면 당직자가 그렇게 대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 위원장이 "녹취록에 나와 있지 않느냐. 압사라는 말을 당직자가 못 들었을 거라고 보호해주는 거냐"고 따지자, 권 행정지원국장은 "녹취록에 의한다면 사실이지만, 당시 당직자가 과연 진짜 그렇게 (압사로) 인식했을까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답변을 듣던 우 위원장은 "어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어. 용산구는 보니까 진짜 엉망이네 진짜"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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