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경제언론들의 매물 감소 보도, 또다시 '영끌' 부추기나

신상호 2022. 12. 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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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서울 아파트 매물 감소? 통계 해석의 몇 가지 문제점

언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는 많은 흠집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렌즈를 통과하는 사실들은 굴절되거나 아예 반사돼 통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비틀어 왜곡하거나 감춘 사실들을 찾아내 까칠하게 따져봅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 아파트 매매-전셋값 역대 최대 하락 지속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거래 절벽 속에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속수무책으로 하락세다. 정부가 서울과 경기 일부를 제외한 전국에 걸쳐 전방위 규제지역 해제에 나섰지만 이번주에도 전국·수도권·서울 아파트 매매·전셋값은 역대 최대 하락 행진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자 보수·경제 언론들이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언론들은 부정확한 통계 비교로 일부 지역에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는 것을 전체 시장 흐름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해 무주택자의 '비합리적' 매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임대사업자 특혜를 부활시키고, 다주택자 양도세도 대폭 줄이는 내용의 집값 부양책을 내놨다. 과도하게 높아진 집값이 금리인상기를 맞아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자 수요 진작을 통해 하락폭을 조정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무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와 건설 경기 부양에 수익이 달린 건설사들이 반길 정책이다.

보수·경제 언론들은 이런 '부동산 부양책'이 나오자, 서울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며 군불떼기에 나섰다. 

지난 25일과 26일 <동아일보>와 <한국경제TV>, <이데일리> 등은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낸 통계를 인용하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 부동산 매물이 줄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시장 기대감이 높아져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양새"라는 부동산전문가의 해석도 담았다.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도 25일자 기사(종부세·안전진단 등 규제 풀린다…매물 회수 나선 집주인)를 통해, 발빠르게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연합>은 이 기사의 서두에서, 집을 팔려던 계획을 보류한 50대 다주택자의 결심을 전하면서 집주인 매물 회수 현상을 부각시켰다.

특히 서울 양천구 목동 한 공인중개사의 "이 가격으론 안 팔겠다며 거둬들였다"는 말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또다른 공인중개사의 "일부 집주인은 매매를 전세로 돌렸다"는 말을 비중 있게 다뤘다. <연합>은 그러면서 "규제완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낮은 금액에는 매도하진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언론이 소개한 매물 철회 사례가 전체 시장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부동산 통계 해석에도 맹점이 있다.  
  
 12월 26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 동아일보 갈무리
 
우선 이들 언론들이 매물이 줄었다는 근거로 제시한 통계를 보자. 한 사설 부동산정보업체가 집계한 이 통계에 따르면 이번 달(25일 기준) 서울에서 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5만1093건인데, 이는 지난 달(25일 기준) 5만4927건에 비해 7% 감소했다. 이들 언론은 이를 근거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사 제목을 뽑았다.

종부세 등 규제 풀린다…'급급매 회수' 나선 집주인들(한국경제TV)
"급하게 팔 이유 없다"…규제 완화에 매물 거둬들인다(이데일리)

그러나 부동산 통계는 정책 및 지역적 요인은 물론 이사철 수요 변동 등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계절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부동산 매물과 거래량 관련 통계는 '전달 대비'가 아닌 '전년 같은 달'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즉 12월 부동산 매물의 비교를 위해선, 2022년 11월 수치가 아니라 2021년 12월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이들 언론들의 활용한 비교 시점은 2022년 11월이다.

계절적 요인 반영되는 부동산 매물과 거래... 부정확한 비교 시점

실제 국가공인통계를 봐도 지난해 11월과 12월 부동산 거래량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2021년 12월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3774건이었는데, 2021년 11월 거래량(6만7159건)에 비해 19.9% 감소했다. 서울 지역만 따져도 주택 매매거래량은 2021년 12월 6394건으로 11월 7801건에 비해 18% 줄었다.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2020년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11월 11만6758건에서 12월 14만281건으로 오히려 20.1% 상승하기도 했다. 주택 매물 건수의 증감, 매매거래량, 시장 상황 등은 다양한 원인에 따라 증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해당 언론들이 올해 11월과 12월의 매물 건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때문에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려면 그보다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그러나 정작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11월과 12월을 비교해 '매물 감소세'라고 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정책 변화의 영향을 살피려면 적어도 내년 1월과 2월까지는 매물의 증감 현황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계를 낸 사설 부동산업체가 어떤 방식을 통해 수치를 집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필요하다. 

사실 '매물이 줄어든다'는 내용의 보도는 집값 상승을 점치는 언론사들이 내놓는 단골 기사 중 하나다. 

<이데일리>는 지난 4월 4일자 기사("급할 것 없다"..강남·재건축 자취 감춘 매매시장)에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아파트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도 지난 3월 14일자 기사("집값 더 오를텐데 안 팔아요"…매물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에서 아파트 매물 감소 통계를 인용하고, 부동산중개사 인터뷰를 하면서 아파트값 상승을 전망했다. 당시 <한국경제>가 근거로 제시한 통계는 '서울 아파트 매물 3.26% 감소'였고, 비교 시점은 '3월 9일'과 '3월 14일'이었다.

이런 보도들이 나온 후 집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일시적인 현상을 전체 흐름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는 부동산 기사들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경제지를 포함한 언론들이 내는 기사들 중에는 무주택자의 공포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띄우려는 목적의 기사들도 많다"면서 "지금과 같은 부동산 하락 시장에서 언론들이 내는 부동산 기사에 휘둘려서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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