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통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2022. 12. 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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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이후 한 달 동안의 발생한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중국 전체에서 11명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통계는 사실을 전한다.

감사원이 지난 정부 당시 소득 양극화 확대와 집값 상승, 비정규직 증가 등 경제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어떤 통계도 진실의 모든 측면을 한꺼번에 보여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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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중국 정부가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이후 한 달 동안의 발생한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중국 전체에서 11명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베이징에서만 하루 사망자가 수천 명씩 급증해 화장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발표다. 기저 질환자의 코로나 감염 사망은 통계에서 제외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설명이다. 통계는 사실을 전한다. 그러나 사실은 대제로 진실의 한 조각일 뿐이다. 그래서 사실을 아는 것과 진실의 전모를 아는 것은 종종 다르다.

감사원이 지난 정부 당시 소득 양극화 확대와 집값 상승, 비정규직 증가 등 경제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감사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조작의 확증을 찾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단순히 통계 기준을 바꿨다고 해서 조작이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통계는 기본 데이터의 수집과정에서부터 단계마다 주관적 선택을 거친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집계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나 되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거비의 비중이 9.7%다. 어떤 식으로 계산하든 어느 한쪽을 조작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통계는 세상을 우리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어떤 통계도 진실의 모든 측면을 한꺼번에 보여주지는 못한다.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2020년 기준 94조 원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다. 인구 1인당 연구개발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논문 발표량도 세계 12위 수준이다. 그러나 과학연구의 질적 수준을 알려주는 척도인 논문의 피인용 수는 7.57회로 세계 34위다. 지표는 모두 사실이지만 어떤 지표에 더 비중을 두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도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모두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뿐이다. 확증편향은 인간의 본능이다.

문제는 바로 이거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우리나라의 최고세율 25%는 OECD 국가들의 평균치인 21.5%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세율을 낮출 이유가 없다고 보는 쪽에서는 실효세율은 2019년의 19% 수준에서 2020년 17%대로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지표 모두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예측하면서 반도체 주식의 반전이 당분간 어렵다고 보는 쪽에서는 반도체 가격 하락에 주목하지만, 상승을 기대하는 쪽에서는 감산의 효과를 강조한다. 어느 쪽도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통계는 현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통계는 여론을 움직이고 돈과 권력의 이동을 가져온다. 통계 없이는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정책 수립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통계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으로 생산하고, 가감 없이 정확하게 해석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자의 3분의 1이 연간 소득 2000만 원도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파악하는 소득에는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소득이나 신고하지 않은 임대소득은 대부분 포함되지 않는다. 잘못된 세제는 고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엉뚱한 통계로 설득해야 할 필요는 없겠다.

수학자와 회계사와 경제학자가 같은 일자리를 놓고 면접을 봤다고 한다. 2 더하기 2가 몇인지를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수학자는 틀림없이 4라고 대답했고, 회계사는 10%의 증감이 있다고 해도 결국 4라고 대답했다. 경제학자는 질문자에게 오히려 물었다고 한다. "몇이길 바라십니까?" 숫자에 속지 말자.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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