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용산소방서장 지휘 공백 확인..."별다른 현장 대응 안 해 피해 키웠다"

검찰, 최성범 소방서장 영장 반려
특수본 "납득하기 어렵다"
향후 윗선 수사 차질 불가피
다음날 주요 피의자 송치 예정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로 소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최태원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참사 당일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지휘 공백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최 서장의 구속영장을 반려한 검찰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29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최 서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끼임이 많이 발생했고 본인도 참사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져봤다고 하고 있다. 당장 지휘 선언하고 3단계 발령해도 되는 상황이었다"며 "오후 11시 이후 임시 응급의료소 설치했고 현장 대원들이 중증 환자를 분류해야 한다고 보고했는데 사망자들을 모두 순천향대병원에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30분부터 오후 11시8분까지 적절한 사후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본에 따르면 약 40분 동안 지휘팀장이 무전을 통해 상황 보고를 했지만 최 서장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해밀톤호텔 앞에 소방 인력 2명을 배치해 감독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 서장이 현장에서 대응 단계를 높이고 신속히 대처했다면 158명까지 인명 피해가 늘지 않았다는 게 특수본의 입장이다.

검찰, 최성범 소방서장 영장 반려…꺼져가는 수사 동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수본은 검찰의 최 서장 구속영장 반려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서울서부지검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최 서장의 구속영장에 대해 특수본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의 최 서장 구속영장에 대한 보완수사 요청 내용 중에 상당 부분은 이미 수사기록에 적시돼 있다"며 "일부 피해자를 제외하곤 피해자 158명의 최종 생존시간과 구조시간, 방치시간 등을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에 검찰과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는데도 이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는 상당 부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사항에 대해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며 "이후 최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서장의 구속영장이 사실상 반려되면서 되살렸던 수사 동력도 꺼져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지난 23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26일 구속되면서 특수본은 수사 동력을 마련했지만 다시 제동이 걸렸다. 김 대변인은 "수사팀이 다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도 "검사가 더욱 엄격하게 구속영장 청구를 하고 있어 그런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윗선 수사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사 15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분석과에서 인파에 대한 우려와 대책이 담긴 정보보고서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역시 최 서장과 같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구속영장 반려와 함께 다소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우엔 아직 주변 관계자의 참고인 조사만 이어가는 상황이다. 김 대변인은 "김 청장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됐다"며 "신병처리 여부는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특수본은 다음날 주요 피의자들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을 다음날 송치하면서 불구속 수사받던 일부 용산경찰서 직원들도 함께 송치할 것"이라며 "정확한 인원은 아직 말 못 한다. 송치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