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조 선거 2파전…금융권 시선 쏠리는 이유
누가 되든 ‘강성’ 기류 이어갈 듯
은행권이 노조위원장 선거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오는 30일 새로운 노조위원장을 뽑는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은행권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된만큼, 이번 선거 결과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새 노동조합 집행부 2차 결선 투표가 내일 진행된다. 앞서 KB국민은행은 류제강 현 노조위원장이 연임을 포기한 가운데 새로운 위원장에 강윤성, 정덕봉, 문훈주, 현수철, 김정 등 5명의 후보가 입후보했다. 지난 27일 노조 집행부 1차 선거를 치룬 결과 정덕봉, 김정 후보로 압축됐다.
최종 선거를 앞두고 사측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강성으로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현재 조합원 수만 10만명이 넘는 금융노조를 이끌고 있는 박홍배 위원장 역시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박 위원장은 정계로 입문해 더불어민주당 노동부문 최고위원을 겸임했고 지난달 민주당 노동위원장으로 선출된 바 있으며, 지난 9월 은행 총파업을 추진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19년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시절 총파업도 강행한 바 있다. 전 직원 1만7000명 중 30%에 달하는 5500명(노조 추산 약 9000명)이 참여한 바 있다. 올해 국민은행 노조 선거에서도 다수의 후보들이 ▲임금피크제도 개선 ▲정년 연장 ▲주 4.5일제 근무 ▲은행 영업시간 단축 등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사측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막중한 자리인만큼 잡음도 불거졌다. 이번 노조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일부 후보자들이 갈등을 빚었다. 선관위가 등록을 마친 후보 2인에 대해 ‘등록 무효’ 결정을 내리자, 노조 대의원들이 이를 문제 삼아 최초로 선관위 해임안을 의결시켰다. 선관위는 후보자의 노조 임원 자격과 또 다른 후보의 금품 수수 제공 등을 문제삼았는데 대의원들은 이같은 판단이 잘못됐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선관위가 후보자 두명을 중도 사퇴시킨 일도 이례적인 가운데, 대의원들이 선관위를 해임시킨 것도 국민은행 노조 설립 이후 최초다.
우여곡절 끝에 기호 2번 정덕봉 후보와 5번 김정 후보가 최종 위원장 후보로 꼽혔다. 정덕봉 후보는 지난 2017년 성과연봉제 도입건으로 사측을 항의 방문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법원으로 징역 및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이후 해고를 당했다. 그러나 박홍배 위원장 등이 나서서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만나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등 조치에 나섰고,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복직했다.
정 후보는 ▲장기승격 누락자 자동 승격 제도화 ▲성과급 지급률 개선 ▲임금피크 제도 개선(보수, 성과급 등) ▲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김정 후보는 현 노조집행부 출신으로 유력 후보였으나, 선관위로부터 등록 무효를 통보받아 선거 시작도 전에 퇴출될 뻔 했다. 김 후보의 공약 내용은 ▲의료비 지원 확대 등 직원 복지 향상 ▲준정년 퇴직제도 개선 등 인사제도 합리화 추진 ▲장기근속 직원 혜택 강화 등이다.
다만 두 후보 중 어느 누가 노조위원장이 되더라도 강성 기류는 변함없을 것을 보인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MZ세대 후보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1차 결선에서 탈락한 기호 1번 강윤성 후보가 1983년생, 수석부위원장과 부위원장 후보 5명이 모두 1980~1986년생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직원과 경영진 성과급 지급률 연동, 노사 공동워크숍 정기적 진행 등 공약으로 기존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조 선거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가운데, MZ세대 후보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며 “노조집행부도 폭넓은 연령 구성과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보수적 분위기에서 탈피해 새로운 노사문화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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